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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순실씨의 이유 없는 항변

쫒기는 쥐가 궁지에 몰리면 마지막으로 발악을 한다. 돌아서서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고양이에게 달려들 수도 있다. 25일 특검의 체포영장발부로 검찰의 호송차에서 내리며 “민주 특검이 아니다”,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한다”며 고함을 치는 최순실씨를 보면서 얼핏 생각나는 것이 궁지에 몰린 쥐의 몸부림이 생각났다.

구속되어 조사를 받는 피의자도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률상의 정당한 인권확보를 위한 항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호송차에서 내려 고함을 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유 없는 항변에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최순실은 ‘건강상의 이유’등을 들어서 검찰의 소환에 무려 6차례나 불응하였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고의적인 조사기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 검찰에 소환당할 당시에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며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녀의 각종 국정농단사태를 알고 있는 국민들이 이런 그녀 모습을 보고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인간은 고의든 실수든 국법상의 범죄나 도덕적인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참회하고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체포영장에 의하여 호송되면서 보인 최순실씨의 항변에서는 조금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줄곧 보여 온 ‘고개 숙인 모습’은 연출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과정에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려는 일종의 어설픈 연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이없는 국정농단으로 국정에 대혼란을 야기하고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면 법적 단죄 이전에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정으로 참회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 것이 크게 비뚤어진 생각을 바로잡고 땅속에 묻어버린 양심을 한 자락이라도 되찾을 수 있는 길이다. 이유 없는 항변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아직 채 아물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깊은 상처에 덫을 내게 하여서는 안 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