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박한철소장이 1월 31일 퇴임하면서 헌재는 8인체제로 바뀌었다. 박소장은 어제 퇴임하면서 진행 중인 탄핵재판을 빨리 마무리하여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런 당부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야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여 7인이 심판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법적 타당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타당성의 문제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지금 이 시점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헌재 관계자와 정치인은 물론 우리 국민들이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학과 경제학의 기초이론에는 “정치안정이 경제안정과 성장의 기본조건이다”라는 명제가 나와 있다. 이것이 틀리지 않는 말이라는 것이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현실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지난 3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의하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서비스업,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져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는 “ 정치적 불확실성의 증대는 경제심리위축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90년대 이후 장기간의 산업 및 고용활동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 탄핵소추안 심사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기간에는 1~2분기 경제지표가 위축되고, 그것이 회복되는 데는 10개월 내지 1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는 영세자영업자, 아르바이트종사자 등 취약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생계불안에 빠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박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의 파급효과는 예년보다 훨씬 더 클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큰 거래를 하고 있는 무역상대국들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두텁게 쌓여지기 시작했고, 중국의 사드보복이 점차 확대되는 국면에 있으며, 일본과는 위안부문제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여 있는 등 국제경제적 환경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형국에 처하여 있기 때문이다.
장기침체 국면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경제는 올해 ‘4대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뚫지 못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경기의 하방압박, 미국 금리인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네 가지의 불확실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우리 힘으로 직접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조속한 해소 한 가지뿐이다. 이것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대통령측도 국가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심판과정에서 교묘한 시간끌기로 국정공백의 장기화를 가져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