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근래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범여권의 유망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던 반 전 총장이 갑작스럽게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고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발표하면서 적지 않은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귀국하여 불과 20일 만에 중도 포기한 것을 두고 이를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아쉽다는 얘기를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승산이 없는 싸움을 미리 잘 접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견해는 여야 정당에 따라 다르고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총장은 일단 정치입문과정에서 큰 실책을 범하였고, 따라서 그는 “오늘 결정으로 그간 지지해준 국민과 조언자들, 가까운 많은 분을 실망시켜 죄송하고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공한 자로부터 좋은 경험을 전수받기도 하지만 실패한 자로부터도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정치나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의 생생한 교훈으로 잘 활용하면 개인적 성공가능성은 높아지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정치경제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면 반기문 전총장의 대선 레이스에서의 중도포기가 남긴 정치적 교훈은 무었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가 레이스를 그만 둔 이유에서 찾아보면 된다. 한 마디로 실패의 이유를 말하자면 한국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준비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민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치교체나 국가통합만 언급하였을 뿐 국정이념이나 핵심적인 정책이 전혀 없었다. 둘째, 정치가로서의 정체성이 애매모호하였다. 진보적 보수의 입장에 있다고 하였으나 이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양쪽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요인이 되었다. 셋째, 정치가로서의 도덕성과 정치적 윤리를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하였다. 동생과 조카, 그리고 본인에 대한 부패의혹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해명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였다. 넷째, 권력의지의 부족이다. 행정관료로서 순탄한 길을 걷다 운이 좋아 유엔사무총장을 하였을 뿐, 난관을 극복하고 민심을 얻어 공권력을 획득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대통령은 운이 좋아 꽃가마를 타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다섯째, 정치적 수사를 통하여 지지자를 확보하고 인간적 매력을 통하여 유능한 추종자를 널리 불러들이는 재주가 없었다.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이 지녔던 그런 재주가 없다. 여섯째, 정치활동, 특히 선거에 소요되는 재정과 인적 자원 및 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이는 반총장 스스로가 활동과정에서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반전총장의 지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결국 스스로 중도 포기한 이유가 명맥해진다. 그런데도 범여권 즉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유엔근무 때문에 과대 포장된 그의 인기에 매력을 느껴 한 때 은근히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륭 제주지사 두 사람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였지만 지금도 대선출마의사를 밝히고 정치활동을 진행 하고 있는 정치인은 적지 않다.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반 전총장이 가지지 못한 여섯 가지의 자질과 능력을 자신은 제대로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어느 정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없다면 국민들로부터 비웃음만 사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실패자의 경험을 교훈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길이다. 선거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