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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의 끝없는 욕망

흔히 하는 말 중에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성취하면 더 높은 욕망을 원하게 된다는 것을 사회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먹고사는 생존욕구,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전욕구, 우정과 애정을 느끼고자 하는 사회심리적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자 하는 자존욕구와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자아실현욕구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면 자존욕구와 자아실현욕구를 충족한 다음은 어떻게 될까? 최근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두 사람의 사례를 더듬어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근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력의 상층부에 앉아있는 박근혜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박대통령은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그야말로 왕조시대의 공주처럼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비운에 간 탓에 남모르는 고통과 좌절을 겪기도 하였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 그녀는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행로를 걷기 시작하였다. 수차례의 의원생활을 하며 정당의 대표를 거쳐 결국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영광스러운 첫 여성대통령이다. 나라돈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외국여행을 하고, 옷은 입고 싶은 것이면 다 입어 보았을 것이다. 남처럼 먹고 살기 위해서 고생하거나 애를 낳고 기르면서 이 고생 저 고생해 본적도 없다. 제왕적 대통령체제 아래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4년 가까이 향유하였다.

그러다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말미암아 탄핵소추를 받고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 지금 박대통령의 욕망은 무엇일까? 직접 답을 들을 수 없으니 최근 그녀가 남긴 언행으로 부터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 대다수는 정치적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시 하야하라고 촛불 시위를 벌였고, 국회에서는 탄핵소추를 하였으며 지금은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대 국민담화에서 사과를 하고, 자신을 모든 것을 내려놓았으니 국회결정에 따라 처분을 맡기겠다고 하여 놓고는 시간이 갈수록 언행이 변해가고 있다. 자신은 잘못이 별로 없는데 일부 국민들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탄핵에서 벗어나겠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자리를 더 유지하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차가운 법적 단죄보다는 대권의 향기가 진하기는 하겠지만 자리에 억지로 매달리는 초라한 모습은 흡사 초겨울 마지막 낙엽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어리석은 몸짓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존욕구와 자아실현욕구를 어지간히 실현할 기회를 가졌는데도,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자리에 더 앉아 있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던가.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은 똑똑하고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공부를 잘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고 운까지 겹쳐 법무부장관까지 되었다. 그의 운세는 남다르게 좋아서 다시 국무총리가 되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하는 총리까지 되었으니 어지간히 누릴 것은 다 누릴 수 있는 자리까지 온 것이다. 존경도 받고 자아실현욕구를 충족하기에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그이 운은 억세게도 질겼다. 후임총리가 내정되는 듯하였으나 탄핵정국이 터지면서 그의 자리는 보전되고 급기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게 되었다. 몇 달간 대통령 직무를 수행중이다. 조기대선 분위기가 돌기 시작하니 진짜 대통령을 마음에 둔 것 같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그의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하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통령코스프레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운이 좋아 최고의 권좌 맛을 보더니 박정부의 책임요직에 있었다는 생각은 어디로 날려버린 것일까?

두 사람의 언행에서 미루어 보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성현들의 말이 정말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 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신만이 그 답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