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인하여 대통령이 직무정지 되어 황교안 권한대행체제가 시작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기는 하지만 이 체제로서 국정이 원만하게 돌아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정치와 경제적 환경이 날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때에 맞추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하기에는 현상 유지적 권한대행체제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우선주의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하여는 속수무책으로 그저 당하고 있는 실정이고, 일본과는 소녀상문제로 최악의 외교관계에 놓여 있다. 주요외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도 지금의 한국을 정상국가로 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가의 통치체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한철소장이 퇴임하면서 당부한 것처럼 헌재가 3월 13일 이정미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는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대통령의 지위를 두고 다투는 것이니 만큼 이번 소추안에 대한헌법심판은 신중하고 엄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추정이나 속단이 심판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탄핵소추안에 제시된 혐의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대통령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되는가 그렇지 못한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자료와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의 수사결과 적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박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필요한 의문사항만 규명되면 수사는 거의 마무리될 수 있고, 최종판단을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박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국정의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응하겠다고 대국민 담화에서 밝혀 놓고는 전혀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8일 특검과 대면조사에 응한다고 해놓고, 그 사실이 언론에 사전 보도되었다는 핑계로 다시 9일 예정된 대면조사를 기피하는 것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체통과 품위를 지키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 박대통령 변호인단은 “그동안 특검이 피의사실 누출로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데 그럴수록 빨리 대면조사를 통하여 자신의 의사와 주장을 펴는 것이 합당한 처사일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여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대통령측이 증인을 대량 신청하여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이나 보수층 결집을 통하여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찬반싸움이 벌어지게 하는 것은 국민통합이나 국가발전을 위하여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꼼수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한 때 박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안타깝기 그지없고, 쓴 미소를 지울 수 없다. 대인은 어려울 때 일수록 의연한 자세와 풍모를 유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