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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의 새 출발과 보수의 미래

이 나라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왔던 새누리당이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박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직면하여 지지율이 15%수준까지 급락하자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하여 반성을 토대로 쇄신의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고 친박위원들을 징계하고 당명까지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주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징후를 보면 새누리당의 환골탈퇴를 통한 보수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집권여당으로서 박대통령의 국정실패에 공동책임을 지고 자숙하는 모습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스스로 대통령후보를 내기 어렵다면서 불임정당 운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출마의지를 보이는 새누리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인제 전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더니 원유철의원, 안상수의원까지 대통령출마의 뜻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친박계의원을 중심으로 여당의원이나 새누리당 간부들이 박대통령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윤상현의원은 어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이가?”라고 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박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기 위한 분위기를 확산하려고 하였다. 태극기 집회의 참가자가 늘어나는 듯하자 종전부터 대통령출마의 뜻을 지니고 있던 새누리당 간부들의 정치적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당지도부를 향하여 ‘탄핵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주문하였으며, 김문수 전경기지사는 “대통령 은혜에 보답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상당히 자극적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새 누리당의 향후 행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만약 다시 친박계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정당활동이 편향적으로 흐르게 되면 이는 도로친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갈 길을 잃고 있는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영원히 새누리당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보수 지향적 국민들은 점진적 변화와 안정된 사회를 바라고 있지 시대착오적인 패권주의적 통치로 인한 국정체제의 붕괴나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이든 장기적으로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안정을 유지하자면 건강한 보수와 참신한 진보주의가 모두 필요하고, 때로는 두 이념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중도주의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경제의 안정기반을 튼튼히 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진정한 보수가 붕괴되어 버렸다. 새누리당이 이런 보수주의의 희망을 되살려내자면 당명개정만으로는 어림없다. 지난날의 구습과 기득권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책과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소생과 재도약의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새누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