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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매화예찬

당나라 시인 두목은 행복을 상징하는 매화를 기다리는 시를 이렇게 지었다. “ 매화찾아 이산 저산 헤매었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와 보니, 내 집의 뜰 앞에 매화가 만발 해 있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 내 고장에 있음을 절묘하게 나타낸 명시라 나는 이 시를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에서 자주 들려주곤 한다.

열흘쯤 전에 일본의 다까마츠지방을 여행하였을 때, 옛날 영주가 마련한 멋진 공원에서 매화밭을 발견하였다. 올 봄 처음으로 빨갛게, 혹은 하얗게 핀 매화들은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한 두 그루가 아니라 매화나무들이 수십 거루 무더기로 모여 있고, 소나무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운치가 한결 높아보였다.

그런데 다음 날 오카야마 성을 갔더니 후언에 다시 매화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오카야마성을 배경으로 몇 그루의 나무에서 매화 몇 송이가 하얀 자태를 드러내는 것을 보니 행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매화가 안 피나 생각하던 차에 경주로 내려갔다. 지난 주말 내가 농막을 지어 놓고 있는 무과리에서 드디어 올 해의 매화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어떤 농민의 밭에 두어 그루 심어져있는 매화나무에서 하얀 꽃이 고개를 살며시 내밀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미 청소년도 아니고 새아씨도 아닌, 머리에 흰서리가 듬뿍 내려앉은 명실 공히 법적 노인이다.

그럼에도 유독 매화를 볼 때 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매화가 지닌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남보다 먼저 봄소식을 알려 주느라 늦추위나 꽃샘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3월이 오기도 전에 꽃을 피워내는 그 부지런함도 인간이 본받을만한 정신이 아닐까.

이제 매화도 피고 3월이 다가오고 있건만 우리나라의 서민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탄핵정국으로 정치는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가슴은 아직 한겨울이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지 못한 독거노인들의 등짝은 차기만 하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희미한 웃음조차 잃고 사는 우리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매화가 무더기로 활짝 피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