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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판 폴리페서를 경계한다

대선이 본격화 되면서 각 진영에 세를 불리는 작업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다. 몰려드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교수들이다. 교수들을 선거진영에서 영입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정책을 발굴하고 세력을 홍보하는데 주요 목적을 두고 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한 참신한 정책을 발굴하고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 정책대안을 탐색하는데 전문가인 교수들을 활용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런 일을 능률적으로 해 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교수들 보다 나은 데서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나 교수의 자질이나 특성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정치판을 들락거리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 캠프에는 벌써 엄청난 수의 폴리페스가 몰려있다고 한다. 교수들은 3월인 지금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한 참 진행하고 있는 중에 있다. 이들이 정치판에 들락거리면 연구는커녕 학생들에 대한 강의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상황에서 강의는 소홀해지기 쉽고, 참모회의에 참석하다보면 휴강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비단 강의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의 학구적 분위기를 훼손하고 대학내 보이지 않는 갈등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대학 내에서 관여하는 정당이나 대선후보자 진영이 다른 교수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서로 경계하고 질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런 분위기가 다른 교수들에게 전염되는 수도 없지 않다.

이런 우려 때문에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폴리페스의 수가 그리 많지 아니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대선계절만 다가오면 폴리페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아마 권력지상주의의 정치문화와 정치인들의 지식인 이용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아닌가 한다. 여하튼 지나치게 많은 폴리페스가 등장하면 대학문화를 버리게 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국민이나 정치수요자 입장에서는 폴리페스의 질이 또한 문제이다. 현실적 경함이 없는 교수들이 환상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거나 연구실적도 별로 없는 무능한 교수가 사탕발림과 같은 정책대안을 제시할 경우 그 폐해는 특정 정치캠프를 넘어 국민들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이런 경험을 우리는 한국 정치사에서 적지 않게 보아왔다.

그렇다면 교수들의 정치판 기웃거리기나 대선캠프의 교수 뽑아 쓰기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정책개발에 어느 정도 유능하고 참신한 교수를 중용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 폴리페스가 득세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면학분위기 조성과 정부정책의 합리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