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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깜깜이 대선, 유권자는 냉정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내일부터 9일 오후 8시까지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따라서 6일간 선거에 관한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투표장으로 나가야 한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와 같은 여론조사의 금지기한이 없다. 여론조사결과를 언제든지 발표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여론조사의 공표금지기한을 길게 잡지 않고 2일전으로 단축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공포금지기한을 1주일간으로 길제 잡은 것은 밴드왜건, 언드도거 효과 및 사표심리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고 하다 보니 다른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가 생기고 있다. 그런 우려는 바로 통신혁명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4,200만 명 유권자들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각종의 소셜네트워크가 유통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은 거의 빛의속도로 뉴스와 각종 정보를 세상에 전달하고 있다.

선거와 관련된 정보들 중에서 정확한 것만 전달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확하지 못한 추측,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 뉴스, 상대방을 음해하기 위한 엉터리 소문들이 적지 않게 소셜네트워크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성과 신뢰도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이런 정보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 왜곡된 정보에 의하여 잘못된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앞으로 6일간 선거운동은 아마도 정보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 중 대부분이 바쁘게 살아가는 산업화 및 정보화 사회에서는 과거 한 때 유행했던 많은 시민들이 운집하는 대규모 선거유세나 길거리 유세는 거의 사라지거나 위력을 상실했다. 대신 통신매체를 통하여 전달되는 후보자들의 이미지나 일거수 일투족이 판세를 결정하는 유력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관리 당국은 거짓 뉴스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거짓 뉴스와 정보조작을 막는 당국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주변의 정보매체와 소셜네트워크는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가짜뉴스와 오류투성이 선거정보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력뿐이다. 우리 국민들의 지적 능력과 정치적 판단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나름대로 앞으로 6일간 쏟아지는 선거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것과 잘 못된 것을 골라내고 미루어 짐작하는 혜안을 지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혼탁한 분위기나 오도된 판세에 휩쓸리지 말고 오로지 자신만의 냉정한 판단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