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과연 날씨가 좋고 나쁨에 따라 대선 투표율이 오르고 내릴까.
통상 선거일 날씨가 좋으면 투표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궂으면 유권자들이 외출을 꺼려 투표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반대로 대선일 날씨가 좋으면 이날이 공휴일인 만큼 나들이를 가는 이들이 많아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대선일(9일)에는 격전지인 대구·광주를 포함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비가 예보돼 비가 투표율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기상청은 기압골의 영향으로 대선일 전북과 전남·광주·제주에는 오전과 오후에,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는 오후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으로 1992년 14대 대선부터 2012년 18대 대선까지 최근 5번의 대선일에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지역 날씨를 분석한 결과 날씨와 투표율 간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역대 5번의 대선 투표율은 14대 대선이 81.9%로 가장 높았고 이어 15대(80.7%), 18대(75.8%), 16대(70.8%), 17대(63%) 순이었다.
역대 대선일은 대체로 전국이 맑았다. 일부 지역이 구름 끼고 흐린 날씨를 나타냈을 뿐 비·눈 등이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대선이 겨울철인 12월에 치러진 만큼 날씨에서 추위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큰 데, 추위는 대선 때마다 다른 추이를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18대 대선일의 경우 한파가 찾아왔지만 직전 대선(17대)보다 오히려 12.8% 포인트나 투표율이 높았다.
18대 대선일인 2012년 12월19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4도로 평년보다 무려 6.8도나 낮았고, 낮 최고기온도 평년보다 6.7도 낮은 영하 2.8도였다.
이날 기온은 부산의 경우 5∼6도, 광주는 3∼5도, 대구는 4∼5도 이상 평년보다 낮았지만 투표 열기를 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일인 2007년 12월19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3도로 평년보다 0.6도 높았고, 낮 최고기온은 5도로 평년보다 1.1도 높았다.
평년 수준의 날씨를 보여 크게 춥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최근 5번의 대선 중에서 투표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각각 81.9%, 80.7%로 거의 비슷한 투표율을 기록한 14·15대 대선일 기온을 비교하면 한파와 투표율 간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점이 더 명확해진다.
14대 대선이 치러진 1992년 12월18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5도, 낮 최고기온은 5.4도로 각각 평년보다 1.1도, 1.5도 높았다.
15대 대선일인 1997년 12월18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7.4도로 평년보다 무려 11도 높았고, 낮 최고기온도 12.8도로 평년보다 8.9도 높았다.
이처럼 똑같이 맑은 날씨 속에 투표율이 비슷했던 두 대선일의 기온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올해 대선일 예보된 비가 투표율에 영향을 끼칠지 예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제 사전 투표가 자리를 잡은 만큼 더더욱 날씨의 영향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제는 선거일 투표율이 높거나 낮았던 원인을 '애먼' 날씨에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날씨는 전혀 투표율에 영향을 못 끼치며, 세대별 갈등 양상이 클 경우에 투표율이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구 대결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17대 대선은 60%대로 투표율이 낮지만, 세대 간 균열이 컸던 18대 대선 투표율이 껑충 뛴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올해처럼 황금연휴 직후 대선이 치러지는 게 처음인 만큼 연휴가 투표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에서 날씨는 전혀 투표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본다"면서 "2030과 5060 이상 세대 간 대결 구도가 뚜렷한 올해는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