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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 여기가 소중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비교적 잘 사는 국가에 속한다. 국민소득을 보더라도 그렇고 사회적 인프라나 자연환경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경제적으로 아직 선진국대열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절대빈곤층에 속하는 국민이 그리 많지 않고 건강보험, 노인복지 등 사회복지제도 또한 경제규모에 비하여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사시사철 모습을 바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지구의 모든 나라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중에서 상당수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집 없는 도시서민이나 농어촌의 가난한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자동차까지 굴리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처지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바로 비교의 기준을 잘 못 갖다 대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자신 보다 잘 사는 이웃만 바라보고 못사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이는 상승욕구 때문이다. 상승욕구는 인간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를 잘못 적용하면 불만과 불평의 원인이 된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어 이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행, 불행을 따지려고 하는 사람은 위를 바라보지 말고 아래를 바라보는 것이 지혜롭다고 말 할 수 있다. 미국 문예비평가 헨리 밍켄(Henry Louis Mincke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훨씬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라. 그러면 항상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Ivan Sergevich Turgenev)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길가에 핀 꽃들을 어루만지는 때이다”라고 말했다. 흘러간 과거에 묶이지 말며 다가올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오늘 아침 집 가까운 숲속을 찾아가 산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은 충분한 것이다. 옆에 걸어가는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거나 따라가는 강아지의 꼬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그것으로 족하고,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저녁노을이 불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 푸른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인생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내일을 바라지도 말고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도 말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가 소중한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