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개 내각 구성을 일단 마무리했다. 내각의 면면을 보면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 눈에 띄는 것들이 몇 가지 발견된다. 과거 고시출신 행정관료가 주류를 이루던 것에 비하여 참여정부, 대통령선거캠프 출신, 시민단체 및 비고시출신이 많다는 것이 상대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당에서는 이들이 대개 상당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다고 비호하지만 야당에서는 ‘끼리끼리 내각’이며 ‘아마추어 모임’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같은 사람을 두고 그 평가는 잣대를 어떻게 갖다 대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이런 상반적 평가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과반수가 훨씬 넘는 수의 인사들은 문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제시한 ‘5대 비리’, 즉 논문표절,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등의 기준에 맞추어보면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음이 청문회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렇다면 문대통령은 한마디로 자신의 선거공약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않고 만 셈이 된다. 새 정부의 정책성공여부는 바로 인적 구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문대통령은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5대 비리를 자행한 사람들은 공직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런 문대통령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몇 명에 대하여 후보철회를 요구하였으나 문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거나 앞으로도 그러한 행보를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벌써 취임 두 달이 거의 다되어 가는 시점에서 다시 새로운 후보자들을 찾으면서 내각을 구성할 사람들의 임명을 마냥 미루고만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정부로 협치가 긴요한 상황에서 이런 행보는 정국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벌써 추경이나 주요 법률심의 등을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야당의 태도를 단순히 발목잡기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원인제공이 일단 문대통령과 여당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1기 내각 인선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의 원인을 생각해보고 차기 내각을 구성하거나 개각을 할 때에는 좀 더 매끄럽게 인사관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1기 인선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인선기준의 비현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인재등용의 풀이 좁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비리’는 논리적으로는 고위공직자에게 있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우리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완전히 벗어날 사람을 구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좀 더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여 도저히 고위공직자로서 적합지 못한 정도가 어느 것인지 마련하고 공청회이전에 이를 정치하게 먼저 걸러 내어야 한다. 그래야 공청회과정에 발생하는 소모적 여야대립과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기 내각 인선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인재풀을 자기 진영 사람에 한정하다 보면 유능하고 깨끗한 사람을 찾기란 더 힘들게 마련이다. 지금의 국내외 정세를 고려한다면 천하의 인재를 두루 찾아 등용하지 않으면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통치자들은 천하의 인재를 찾아서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