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으로 '청학현의 부자유친' 세번째 편으로 방영된다.
강원도 강릉의 학동에는 강릉 최씨 수헌공파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고택 ‘청학헌’.
이 집에 살고 있는 99세의 아버지 최복규씨와 아들 최기종(59) 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그러나 홀로 강릉에 남아 청학헌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다.
평생을 장남에게 밀려 아버지에겐 2순위일 수밖에 없었던 둘째 아들 기종씨지만 요양원으로 갈 바에는 나고 자란 청학헌에서 죽겠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꿈을 지켜드리기 위해 아내와 자식들을 일산에 남겨둔 채 홀로 아버지 곁으로 온 것이다.
처음 강릉에 올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기종씨였다.
하루 세끼 밥만 잘 챙겨드리면 될 줄 알았던 아버지 봉양이었다. 그러나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대신 지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아버지께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임을 깨닫게 됐다.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곳이자 평생의 추억이 깃든 청학헌이 아버지에게 단순한 살아가는 집이 아니라 집안의 역사이자 삶의 전부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종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대로 고택을 고택답게 가꾸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택과 함께 나무처럼 평생 한 자리를 지켜 온 아버지는 덕분에 마을 사람들에게도 덕망 높은 어르신으로 기억되고 있다. 기종씨는 오랜 시간 강릉의 전통과 함께 이어져온 금란반월계, 보인계 등의 자리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함과 동시에 그 이름의 가치 역시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더 기쁨을 드리고자 애쓰는 아들이지만 아들의 노력에도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 기종씨는 오늘도 홀로 숨죽여 눈물을 훔친다.
야속하게 흘러가는 세월 속, 시간이 멈춘 듯한 청학헌에서 함께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행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