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로거리는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옷깃을 바짝 세우고 걷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는 겨울의 음울함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종로1가에서 2가 사이를 걸어가다 보니 찬바람이 가슴을 관통하는 장면이 등장하였다. 텅 빈 가게가 여기저기서 보이는 곳이다. 관심을 가지고 대충 헤아려 보니 잠깐을 걷는 동안에 텅 빈 가게가 다섯 군데나 벌거벗은 모습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수 십 년을 걸어 다니면서 체험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이틀 전 정독 도서관 올라가는 골목에서 아내와 떡뽁기를 사먹었다. 이곳에는 덖뽁기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일부러 먹어 본 것이다. 조그만 가게의 아주머니는 여기서 25년째 떡뽁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다. 요즈음 같이 손님이 적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IMF위기 때 보다 더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 서울 도시변두리에 원룸을 가지고 있는 임대업자는 요즈음은 빈방이 생기면 잘 나가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이런 거리의 경기체험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기예측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30대그룹 소속 76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5일 진행한 '2018년 기업경기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의 기업들이 내년 투자가 올해의 투자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이 경영애로사항을 들고 있는 것은 친 노동적 정책(47.4%, 경쟁의심화(42.1%), 원자재 가격의 상승(31.6%) 등으로 자신들이 어찌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니 내년도 경제에 희망을 걸기 힘들다고 한다.
정부는 그래도 올해나 내년 3% 내외의 성장이 가능하니 큰 문제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같은 특수부문의 호황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불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고용자수가 근래 최저수준으로 내려가고 청년 실업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5일 발표한 바에 의하면 내년 연평균 취업자수가 29만 6000명에 그릴 것이라고 한다. 30만 명의 벽도 넘어서지 못하는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년도 경기동향을 결정하는 투자와 소비가 증가될 수 없다는 예측이 종로거리의 텅 빈 가게가 상품과 손님으로 채워질 가능을 더욱 줄여가고 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도시서민들의 가슴은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