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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 정상외교가 남긴 과제

한국의 문재인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수석은 어제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내 전쟁불가론을 공동으로 확인하였다. 두 정상은 네 개의 원칙에 합의하였지만 핵심은 “한반도내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전쟁불가의 원칙이다. 이런 원칙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중국에서 재확인한 데는 그러나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한 때 미국에서 거론되고 있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론을 봉쇄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중간에 이런 원칙을 천명하는 것은 북한의 불안을 완화시키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외 한중정상외교에서는 한국과 중국 간에 ‘FTA 2단계협상 시작’을 선언하고 미세먼지 대응 협력 등 7가지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와 더불어 정상외교결과 한국은 적어도 두 가지의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하나는 사드문제해결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문제 이다. 중국의 시진핑은 한중간에 사드체계를 둘러싼 갈등을 전제로 “한국이 적절히 처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 정상외교에서 문대통령이 중국 측 사드보복에 대하여 이를 해소하는 속 시원한 중국 측 해답을 들어오기를 바랐다. 그런데 거꾸로 중국이 우리에게 사드문제를 ‘적절히’해결해줄 것을 요구해 우리가 오히려 숙제를 안게 된 셈이 되어 버렸다. 북핵에 대한 한미 협력에 의한 최소한의 안전보장장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체계에는 현실적으로 ‘적당히’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풀 수 없는 숙제를 하나 떠안은 셈이 되고 만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앞으로 짚고 넘어 가야 할 과제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대우와 인식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상외교를 보면 중국의 한국 홀대론과 얏 보는듯한 태도가 군데군데서 엿보인다. 문대통령을 맞으러 나온 중국 측 인사가 차관보급의 인사로 격이 낮은 사람을 내 보낸 것이라든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대신 각자가 언론 발표문을 내보낸 것, 그리고 만찬대우도 없이 문대통령이 혼자서 밥을 먹게 한 것 등이 우리의 기분을 썩 좋지 않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예로부터 귀한 손님에게는 반드시 식사를 초대하여 성찬을 베푸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보다 한국을 우습게 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 취재기자에 대한 중국 경호원들의 폭행사건은 그냥 우발적 사건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다. 정상외교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어떻게 때리고 구둣발로 걷어차 넘어뜨려 병원신세를 지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상외교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치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푸대접과 이런 불미스러운 행태가 결국 한국을 깔보는 중국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지 우리는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외교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금물은 ‘헛다리를 짚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중 외교에서 우리가 각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