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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최대 위기 맞은 황창규 KT 회장

시민단체가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비리 의혹 수사와 함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일, 참여연대와 KT민주화연대, 민중당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황 회장과 그를 비호한 임원 및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작년 12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다른 상임위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대는 사실 관계 파악에 들어간 상태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기부할 수도 없다.

참여연대 등의 발표에 의하면 황 회장은 수십 명의 임원들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카드깡' 방식인데, 법인카드를 이 방식으로 현금화한 뒤 임원 개인 이름으로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보는 KT 내부 관계자에 의해 진행됐다. 관련된 KT 임원과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정리된 문건이 경찰에 건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권과 KT에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삿 돈에 손을 댄 것이고 이는 횡령과 배임에 해당된다.

아직 황 회장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황 회장에게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최종 수사 대상이 황 회장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된다면 횡 회장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한국 e-스포츠협회 후원금과 관련해 뇌물 수수혐의도 조사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수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전 수석이 사실상 지배했던 e스포츠협회에 KT가 낸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KT 임직원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히 연루돼 있다고 KT 민주화연대 등은 보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KT 회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미르-케이 스포츠재단 출연에 18억원을 불법으로 지원했다. 최순실씨와 차은택씨의 측근인 이동수씨를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 씨의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의 광고비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법정에서 황 회장은 이에 대해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진술했다.

시민단체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했다. 황 회장은 KT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작년 KT노동조합 선거에서 노조위원장 후보를 출마시켰고 계열사인 KTS 노조선거에도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검찰과 고용노동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경찰 수사로 추가로 드러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그가 삼성전자 재직 당시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 회장 명의의 계좌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등으로 일하다 2009년 퇴직했다.

지난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했고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으로 연임 이후에도 안팎으로 퇴진 여론에 부짖혀온 황 회장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연임 당시인 작년 초 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연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KT 안팎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시도했고, 작년 3월 주총을 통과했다.

KT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들려지는 바에 의하면 황 회장이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도 나온 상태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황 회장은 고비를 맞고 있다. 의혹이 확인된다면 그는 퇴진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