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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여권 “기소하라”

[재경일보=김미라 기자]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이재용 부회장 봐주기 논란이라며 구속 기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계속 수사 여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기소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전 선정된 15명의 위원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중 양창수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13명의 위원 중 10명이 수사중단·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예상밖의 압도적인 우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검찰과 삼성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주가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는 전언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가 제출한 의견서도 이날 논의에 참고가 됐다고 대검 측은 전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차례 고발한 바 있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 등 3∼4명이, 이 부회장 측에서는 이동열(54·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인들이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중이다.

이날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의지가 강했던 검찰 수사팀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검찰은 2018년 초 제도 시행 이후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이번 권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이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결국 봐주자는 것"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무사, 무전유사,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지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 착수 단계에서 정치적 영향력 등을 배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라며 "삼성 같이 충분한 방어 인력과 자원이 보장된 거대 기업, 특히 총수 개인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돈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면 과연 받아들여졌을까"라며 "검찰은 1년 8개월의 수사를 자기 부정하거나 20만 쪽의 수사 자료를 쓰레기로 만들면 안 된다. 당연히 기소하고 재판에서 겨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수사심의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하다니 당황스럽다"며 "법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자, 국민 감정상 용납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1년 7개월 동안 방대하게 수사해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로 결론 내렸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사심의위 의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에 즉각 유감을 드러내는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수사심의위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사건을 어떻게 처분할지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사건 당사자의 요청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검찰시민위원회의 동의까지 얻어 소집된 이번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이례적으로 무시한다면 검찰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권고를 무시할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