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의 가동을 시작해 D램 제품을 출하했다고 30일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초격차' 달성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예정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는 2나노(nm) 공정 신규 공장 건설을 공식화하고 있어 양사의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초격차' 속도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2라인에서는 최초로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을 생산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해 2월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으로 역대 최대 용량의 16GB(기가바이트) LPDDR5 D램을 양산한 지 6개월 만에 차세대 1z 공정까지 프리미엄 모바일 D램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번 제품은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12Gb 모바일 D램(LPDDR5·5천500Mb/s)보다 16% 빠른 6천400Mb/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16GB 제품 기준으로 1초당 풀HD급 영화(5GB) 약 10편에 해당하는 51.2GB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16Gb LPDDR5 모바일 D램은 8개의 칩만으로 16GB 제품을 구성할 수 있어 12Gb 칩 8개와 8Gb 칩 4개를 더한 기존 제품보다 30% 더 얇은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멀티카메라, 5세대 이동통신(5G) 등 부품수가 많은 스마트폰과 폴더블폰과 같은 두께가 중요한 제품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에 차세대 1z 16GB 모바일 D램을 제공, 내년 출시되는 AI기능이 더욱 강화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온 신뢰성을 확보해 전장용 제품으로까지 사용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 이정배 부사장은 "이번 제품은 최고 개발 난도를 극복하고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프리미엄 D램 라인업을 계속 확대해 고객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메모리 시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평택 2라인은 이번 D램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 TSMC "2나노 파운드리 공장 신설" 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파운드리 미세 공정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TSMC는 2021년 대만 신주(新竹) 지역에 2나노 연구개발(R&D) 센터 운영을 시작한 뒤 인근 부지에 관련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TSMC 2나노 공장에 약 2조엔(약 22조원)이 투자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상 양산 시점은 2024년이다.
특히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TSMC는 현재 2나노와 관련해 한 대형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감소하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장 설립은 TSMC가 미세공정 개발을 착착 해나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공장을 짓더라도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좌초위기 나타나는 중국 반도체 고도화
중국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급률을 최소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전폭 지원하는 가운데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업계에 따르면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최근 공개한 관내 경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천280억 위안(약 22조원)에 달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런 '고백'이 사실상 HSMC가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을 뜻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우한시 정부의 중점 프로젝트인 HSMC가 문제를 만난 것은 중국이 힘을 다해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2025년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고자 함에도 전체적인 산업 발전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글로벌 2분기 반도체 매출 인텔 17.45%·삼성전자 12.49%...점유율 늘리는 한국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 1위 인텔이 쫓기는 형국으로 되고 있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이달 말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파운드리 전문업체는 제외)의 2분기 매출 점유율은 인텔이 17.45%, 삼성전자가 12.49%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인텔이 17.71%, 삼성전자가 12.48%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 인텔은 점유율이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소폭이나마 늘어났다.
현재 인텔의 CPU(중앙기억장치) 경쟁사인 미국의 AMD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7나노(nm) CPU를 출시한 반면 인텔은 7나노 기술 경쟁력에서 뒤지면서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외주화를 검토하는 등 과거의 명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3위는 SK하이닉스로 역시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조로 올해 1분기 5.33%에서 2분기에는 6.18%로 크게 늘었다.
매출 4위의 미국 마이크론은 1분기 4.44%에서 2분기에는 4.71%로 높아졌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기업 엔비디아는 1분기 점유율이 2.46%에서 2분기에는 2.66%로 늘었다.

◆ 반도체 업황 하반기 어렵다는 예측 커진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에 클라우드 기업들의 서버 확충 호재로 예상 밖의 호황을 누렸다.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안 좋다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3분기에 서버업체들의 재고 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위 1∼3위 기업들의 매출 점유율이 2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D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서버 제조 업체들의 현재 재고 수준이 6∼8주분으로, 평균 5주를 유지했던 1분기보다 많아 재고 소진에 대한 압박이 큰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서버 업체의) 구매 속도가 줄어들면서 D램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 이수빈 연구원은 3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클라우드 사의 평균 D램 재고는 5월 4∼5주에서 8월 7∼8주까지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하반기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메모리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더 약하다"며 "하반기 세트 제조사들이 추가로 구매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예년의 계절적 효과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반기가 지나면 내년 1분기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4천560억달러로 올해 예상치보다 11.5%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올 하반기를 D램 가격 저점으로 봤고,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올해보다 안정적일 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