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에 띈 것은 화웨이(華爲)의 침체다. 중국의 정보통신기기 기업 화웨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를 대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와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제재를 겪었다.
이 영향으로 화웨이 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3천3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41%나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친 것으로 추산했다.
화웨이는 애플, 삼성에 크게 뒤진 것은 물론 중국 라이벌 샤오미, 오포, 비보에도 밀려나 6위 업체로 전락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도 화웨이의 작년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3천200만대로 1년 전보다 거의 43% 줄었다고 발표했다.
◆ 화웨이 빈자리 채우는 중국 메이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타격을 받자 삼성전자 중저가폰이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었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이번 집계는 달랐다.
4일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12%로 전년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대신 샤오미의 점유율은 7%포인트 올라 14%가 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출하량이 90% 늘어난데 힘입은 것이다.
오포 역시 출하량이 82% 성장하며 점유율을 2%에서 4%로 늘렸다. 리얼미는 2019년 10만대이던 출하량이 2020년 160만대로 늘어 10배가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1위 삼성전자 점유율은 전년 31%에서 2020년 32%로, 2위 애플 점유율은 전년 19%에서 2020년 22%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출하량은 각각 12%, 1% 줄어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가성비를 앞세우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동남아, 남미 등에서 화웨이 대신 다른 중국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 시장 점유율 1위는 오포(20%)였고, 삼성전자는 19%의 점유율로 2위였다.
작년 4분기 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선 샤오미가 6.7% 점유율로 화웨이 대신 3위 업체가 됐다.
◆ 중국 본토에서도 화웨이 침체
샤오미는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 진입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사업 철수설이 나오는 LG전자의 공백을 노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도 보인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브랜드 선호가 낮아 샤오미 스마트폰 수요는 높지 않지만, 샤오미는 꾸준히 국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두드리고 있다.
오포는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집계 기준 올해 1월 21%의 점유율로 처음으로 화웨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보는 비보가 18%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비보는 체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착실히 세를 불리면서 유럽 시장 5위권 진입을 넘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박진석 연구원은 "화웨이가 미국 무역 제재 영향으로 부품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