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한전)이 7∼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조정 폭을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으로 제한하던 것에서 최대 ±5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 데 따른 것인데요.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요금 인상 관련 내용들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전기요금 인상 이유는 무엇인가
한전은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한전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한전은 1분기에 연결 기준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8601억원보다도 많은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23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전기생산에 사용되는 연료비의 국제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4월 ㎾h당 202.11원을 기록했습니다. 처음으로 200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동월 76.35원 대비로는 164.7% 급등한 수준입니다.
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적자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유가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단가 자체가 높습니다.
◆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적자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통상 조정단가가 1원 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수입은 5300억원 정도 늘어납니다.
이번에 인상된 5원이 오는 12월까지 6개월 동안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1조3250억원 정도의 수입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한전이 연료비 요인에 따른 적자를 면하려면 3분기 조정단가를 3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당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올해는 더 이상 전기요금을 올릴 수도 없어 유의미한 수준의 적자 해소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전기요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5원 인상과 별개로, 기준연료비도 오는 10월에 kWh당 4.9원 오릅니다.
이는 직전 정부에서 이미 확정해 놓은 것으로,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고 기후환경요금은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리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한전 측은 전력그룹사와 합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을 최대한 매각하면서 사업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전기요금 인상이 가정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정도인가
일단 산업계는 공장 가동을 위해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한전의 지난해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9만1333GWh(기가와트시, 100만kWh)였습니다. 단순 계산시 1kWh당 전기요금이 5원 늘게 되면 국내 산업계에는 1조4567억원의 전기요금 부담이 더해집니다.
국내에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한전으로부터 18.41TWh(테와라트시, 10억kWh) 규모의 산업용 전력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단순 대입하면 삼성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력 구매 비용은 약 921억원에 이릅니다.
경제계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비용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업계의 우려가 크고,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 등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폭염이 예상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은 가정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한전은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취약계층의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에 대해 할인 한도를 40% 확대할 계획인데요.
특히, 장애인, 유공자,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계층은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적용에 따른 요금 증가폭만큼 할인 한도를 1600원 추가적으로 상향해, 월 최대 9600원 할인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취약계층 대부분의 전기요금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