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우크라·러시아, 9월 헤르손 러 병합 투표 앞두고 일전 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남부 헤르손에서 전쟁의 명운이 걸린 일전을 앞두고 전선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헤르손은 러시아군이 전쟁 이틀만에 바로 달려들어 점령할 정도로 핵심 요충지인데, 우크라이나로선 전세를 뒤집으려면 9월 러시아가 이곳을 병합하는 주민투표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탈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 남부 작전 사령부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헤르손 인근 지역에 병력을 결집 중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전쟁 발발 이틀만에 속도전으로 이곳을 점령하고 루블화를 보급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 연결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지역으로,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 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에 러시아군은 헤르손의 드니프르강을 따라 진지를 구축하고 우크라이나의 역습에 대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헤르손과 다른 지역을 잇는 주요 다리를 끊고 적의 지휘부와 보급창 등을 파괴하며 서서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동부 돈바스 전선에 있던 정예군을 뽑아 헤르손 지역으로 이동 배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에 보내는 병력은 전쟁 이후 소집된 신병 위주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헤르손 전선에서 탱크와 공격용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탐색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로선 9월까지는 어떻게든 헤르손을 되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9월 중 헤르손을 러시아로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할 예정인데, 투표에서 러시아 병합 결정이 내려지면 이곳을 되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점령된 헤르손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러시아에 점령된 헤르손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현재로선 헤르손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강요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협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지방정부에서도 러시아를 위해 나서는 관리가 많지 않다. 간헐적으로 이와 같은 협력자들에 대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루블화를 보급하고 러시아식 교육 시스템을 강요하는 등 헤르손의 러시아화에 주력하고 있다.

헤르손 등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의 주민들은 현재 담장 위에 올라서서 양측의 전투에서 어느 쪽이 이기는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료는 WSJ에 "우리가 헤르손이 러시아에 병합되기 전에 탈환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은 결국 러시아를 선택하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영영 이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