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러시아 가스 무기화, 맹추위 오면 유럽 사회불안 우려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대륙 내에서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차단에 따른 에너지난에다 고물가 및 금리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사회적 동요가 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개최된 연례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의' 행사에서 "유럽 일부 국가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겨울만큼은 경기가 침체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연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번 겨울에 정말로 혹한이 찾아온다면 일종의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대열에 있는 유럽을 압박하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 로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 로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유럽 주요국들은 난방과 경제활동을 위해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해왔다.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개전 후 지난 몇 달간 정비 작업을 이유로 유럽으로 연결되는 핵심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공급을 조절해왔다.

가스가 막힐 때마다 유럽 내 전력, 가스 가격은 전례 없이 급등해 에너지 위기가 악화했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자국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겨울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을 자극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선동물까지도 나왔다.

올겨울 유럽에 혹한이 닥칠 것을 예고하는 동영상이 지난 5일부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확산해 논란이 됐다.

이 영상을 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이름 '가즈프롬'이 러시아 키릴문자로 적힌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가스관 밸브를 걸어 잠그자 독일 쾰른과 베를린,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 등지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강물이 얼어붙는 장면이 이어진다.

음울한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유럽연합(EU)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도 담겼다.

주한 러시아대사관도 지난 6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 영상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가즈프롬이 영상을 만들어 유럽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러시아 매체들은 '개인 창작물'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이용, 유럽 내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약화하고 자국 제재 완화를 유도하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시선을 보낸다.

실제로 지난 3일 체코 프라하에서는 7만명이 에너지 위기 대응 등을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독일에서도 극우·극좌를 막론하고 시위를 준비하는 중이다.

EU가 대러시아 추가제재안으로 꺼내든 러시아산 가스 가격 상한제 카드도 유럽 국가들이 사분오열 속에 사실상 좌초됐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전장 밖에서 지속되는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도 올겨울 추위 때문에 유럽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중대 변수로 주목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군대가 전장에서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유럽 응집력을 흔드는 데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그의 큰 희망은 이제 유럽인과 유럽 정치 지도자를 갈라치는 데 있고, 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럽은 이번 전쟁이 낳은 끔찍한 경제적인 결과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경제가 계속 굴러가도록 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