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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유럽 에너지 공세 '흔들' 가스값 정점 찍고 하락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축소 카드로 유럽에 정치적 압박을 가했던 러시아의 전략이 에너지값 하락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위기에 몰렸던 유럽은 다각도로 대안을 모색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에너지값이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로 전환하고 유럽도 나름대로 대안을 찾으면서 러시아의 이런 전략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6월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서 현재 9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고, 유럽 천연가스 도매가격도 16일 185유로 수준으로 지난달 말 정점에서 45% 넘게 내려왔다.

푸틴 대통령 [TASS/연합뉴스 제공]
푸틴 대통령 [TASS/연합뉴스 제공]

에너지값 하락 추세와 맞물려 러시아의 국고도 줄어들었다.

러시아 정부가 12일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재정 흑자는 1천370억 루블(약 3조1천400억원)로, 1∼7월 4천810억 루블(약 11조 300억원)에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네덜란드 등지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을 설치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또한, 발전사와 에너지 기업에 초과이익의 일부를 횡재세로 거둬들여 에너지난에 따른 회원국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가스 저장고도 이미 85%가량 채워, 당초 10월 하순까지 목표치로 잡은 80%를 이미 넘어섰다.

네덜란드 전력거래회사 'DC 에너지 트레이딩'의 공동 창립자 다비트 덴홀란더르는 유럽의 에너지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유럽은 충분한 가스로 이번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이 다가올 겨울철에 대한 불안감을 점차 떨쳐내고 있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뼈아픈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를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하면서 그동안 내세워 온 '신뢰할만한 에너지 공급 파트너'라는 타이틀이 깨지게 됐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군의 전과가 부진한데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까지 받으면서 러시아와 멀어지는 유럽의 마음을 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결국 이번 겨울이 지나면 유럽 에너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에너지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