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이 사실상 불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부터 21일 사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서 한 차례, 뉴욕에서 두 차례 각각 만나 현안을 논의했는데요.
정식 회담이 아닌 48초 가량의 짧은 환담에 그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성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정상회담이 왜 이뤄지지 못했는지, 두 정상 간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내용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두 정상의 환담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첫 번째 환담은 지난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서 있었습니다.
이어 21일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두 번째 환담이 이뤄졌는데요.
이 행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했는데, 애초 윤 대통령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가 막판에 회의에 초정됐습니다.
행사 후 각국 정상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 서 있다가, 손을 맞잡고 48초 가량 대화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날 저녁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서도 두 정상은 추가로 짧은 환담을 나눴습니다.
◆ 환담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국내 우려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IRA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해 한국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언급하며 진지한 협의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IRA 문제는 한미 정상의 양국 국가안보회의(NSC) 검토 지시 사항에도 포함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외에도 두 정상은 국가 경제의 유동성 증가 속에서 필요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도발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 애초 예고와 달리 2차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유엔총회 개최에 앞서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갑작스러운 서거가 있었고, 그에 따른 국장 행사에 각국 정상들이 모두 참가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장 참석 후 국내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뉴욕 대신 워싱턴DC로 직행했고, 뉴욕 유엔총회 체류 일정이 하루 단축되면서 회담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가능하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애초 목적이었지만 비상 상황이 생겼고, 정식회담이 아닌 실용적 방안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참석을 계기로 행사장 무대 위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잠시 만나는 차선책이 나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대화였는데, 만남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임수석 대변인은 양국 정상 간 세 차례나 있었던 회동을 통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국 간 주요 관심사와 현안에 대해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이라는 갑작스런 일정에도 양국 정상이 다양한 계기로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실무진이 충분히 논의해온 의제를 확인하고 재가했다는 데 의의를 뒀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한미 통화스와프, 대북 확장억제 등에 대해 양국의 국가안보회의가 집중적인 검토를 했으며, 한미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한 것이 곧 이번 순방의 성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 미국 측 발표를 보면 이번 두 정상의 환담 내용 중 IRA 부분이 빠져있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백악관보다 상세하게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내 발표 자료에 대해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