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회담, 단독회담에 이어 공식 오찬을 함께했다.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은 각 40여 분 동안, 오찬은 1시간 10분 동안, 총 2시간 30분에 걸쳐 만남이 이뤄졌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19년 6월에 이어 3년 5개월 만이다. 그가 사우디 실권자로 약 5천억 달러(670조 원) 규모의 네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회담의 파급 효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먼저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해외건설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고 인사했다.
이어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 지금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적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양국 간에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 네옴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 참여, 방위산업 협력, 수소와 같은 미래 에너지 개발, 문화교류·관광 활성화 분야의 협력을 한층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수교 이래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과 관련한 협력을, 방산 분야에서는 사우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각각 희망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아울러 인프라 분야에서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양국 지도자 차원의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 신설도 합의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최고위급 간에 다양한 실질적 협력을 총괄·조정할 예정이다.
양측은 또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중심으로 에너지·투자·방산 협력과 문화·인적교류,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비전 2030은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한 산업 다각화를 위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한국은 지난 2017년부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이 위원회 기존 분과를 산업, 스마트 인프라, 교육·문화, 보건·생명과학, 중기·투자로 변경하고, 에너지와 농수산 분과를 추가해 총 7개 분과로 확대 개편하기로 한 것이 이번 회담 성과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북한의 위협 억제와 비핵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양측은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자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