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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3D 프린팅 기술로 SMR 압력용기 소재 개발

- 기존 소재 대비 40년 이상 긴 수명을 가질 것으로 기대

국내 연구진이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압력용기 소재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구원)은 재료안전기술개발부 연구진이 3D 프린팅을 활용한 SMR 압력용기용 금속 분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 부품 산업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원자로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정밀한 부품을 이음새 없이 설계‧제조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3D 프린팅으로 부품 제작 시 별도의 주조‧가공 처리가 필요치 않아 재료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3D 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 분말소재 개발에 성공한 연구팀
3D 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 분말소재 개발에 성공한 연구팀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왼쪽부터 원자력연구원 강석훈 박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류호진 교수, 하나에이엠티 김홍물 대표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서는 프린팅 장비뿐만 아니라, 필수 소재인 금속 분말과 프린팅을 최적화하는 ‘공정 기술’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SMR 압력용기 소재를 만드는 공정 기술의 혁신을 위해 3D 프린팅 전용 금속 분말을 개발했다.

기본적으로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는 비교적 높은 탄소 함량을 가지고 있어 3D 프린팅용 미세 분말로 만들기가 어렵다.

탄소 함량이 높으면 분말의 유동성이 낮아 노즐을 통과하기 어렵고, 분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쉽게 산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가스 분무 공정을 통해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를 3D 프린팅 제작에 쓸 수 있을 만큼 미세한 분말로 가공했다.

제조된 분말은 둥글고 고른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 분의 1m에 해당하는 단위로 그 크기가 극도로 미세하기에 노즐에 분말이 걸릴 가능성이 작다.

또 가스 분무 공정은 열로 녹인 금속에 불활성 가스를 분사해 분말을 만드는 공정으로 탄소 함량이 높은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의 산화를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가스 분무 공정을 개선하여 가스 분사 중 분말의 크기를 미세하게 제어하고 소용돌이형 노즐을 사용해 소재의 유동성을 한 층 높였다.

연구진이 새롭게 개발한 금속 분말을 –196℃에서 80℃까지 다양한 환경에 놓고 실제 압력용기용 소재와 충격 흡수율을 비교 평가한 결과, 신소재의 안전성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현재 사용 중인 압력용기용 소재는 –75℃ 부근에서 부서졌지만 새롭게 제조한 3D 프린팅 소재는 –145℃ 부근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아졌다고 표현한다.

쉽게 늘어나는 상태인 연성에서 깨지기 쉬운 상태인 취성으로 변화하는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다는 것은 곧 금속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사용중인 원자로 압력용기용 소재(왼쪽)와 3D 프린팅 신소재(오른쪽)
실제 사용중인 원자로 압력용기용 소재(왼쪽)와 3D 프린팅 신소재(오른쪽)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오른쪽에서 더 작은 결정립과 충격 특성이 우수한 미세 조직 분포를 관찰할 수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의 소재는 다른 부분의 소재보다 높은 안정성을 요구하는데, 그 이유는 원자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반응 때문이다.

핵분열 반응은 그 특성상 분열의 부산물로 열과 함께 중성자도 외부로 배출한다.

중성자에 노출된 금속은 점점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오랜 중성자 노출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압력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70℃가량 낮아짐에 따라, 상용 원자로 설계 수명이 40년에서 80년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원자력연구원 연구진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류호진 교수팀, 금속 분말 소재 전문 제조 기업인 하나에이엠티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한규 원장은 “원자력연구원은 SMR 설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선진 연구를 수행 중이며, 이번에 개발한 3D 프린팅용 분말 소재는 향후 SMR을 비롯하여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각종 원자로 부품 제작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