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6월 17~21일) 뉴욕증시는 미국 5월 소매판매 실적에 주목하는 한편 인공지능(AI) 테마를 둘러싼 과열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광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미국 주요 주가지수 사이에서도 기술주 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주 대비 3.24%나 뛰며 지난 4월26일로 끝난 일주일 이후 주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애플이 자체 연례 콘퍼런스인 '세계개발자회의(WWDC)24'에서 새로운 인공지능(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자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AI의 총아' 엔비디아도 지난주 9%나 뛰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전주 대비 1.58% 오른 5431.60으로 마감하며 AI 열풍의 혜택을 입었다.
반면 블루칩 위주로 골고루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주 대비 0.54% 하락하며 나스닥지수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다우지수는 지난 4주 사이 세 번이나 주간 기준으로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과매수 상태라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AI만으로 시장이 언제까지나 오를 수 없다는 우려도 커지는 것이다.
기술주에 편향되지 않은 다우지수가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주간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일부 기술주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이미 동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S&P500 내 업종에서 정보기술(IT)은 지난주 6.4% 상승했으나 그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부동산은 1.2% 오르는 데 그쳤고 은행주와 필수 소비재 등 업종은 주가가 하락했다.
쏜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프 클린겔호퍼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근본적인 주가지수가 점점 더 작은 소수의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엔비디아만이 '매그니피센트 원'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놀랍고도 놀라운 기업이지만 미국 경제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근본적인 전체 주식들이 미국 전체 경제를 대변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압박은 거대 기술주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 특히 대형 기술주의 주가가 올해 10% 조정받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한다면 더 큰 조정도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이같은 지수 간 괴리가 승자와 패자가 갈린 시장을 가리킨다는 진단도 나온다.
캐털리스트펀드의 데이비드 밀러 CIO는 시장이 승자와 패자로 계속 나눠질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 같은 거대 기술기업이 이익을 독과점적으로 향유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에서 승리하면 전 세계가 성장하면서 오랫동안 승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비단 거대 기술기업뿐만 아니라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매우 높은 성장 마진을 기록하고 잉여현금흐름도 강한 데다 독점적인 특징을 가진 기업들은 계속 시장 수익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5월 소매판매 결과에서 소비 둔화와 침체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매크로인스티튜트의 브라이언 닉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실업률이 오르는 등 고용시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나쁜 뉴스는 이미 어느 정도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상황일 수 있다"며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주가가 정점에서 20~30%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5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수치는 직전월과 같았다.
최근 소비 둔화에 이어 고용 둔화 신호가 잇따르자 미국이 경기둔화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이는 경기 둔화를 대비한 인하가 되기 때문에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는 19일은 미국 노예해방기념일을 맞아 증시가 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