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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그림일까? 조각일까?

-“돌가루와 물감 섞어 바람 조각” 독특한 기법 눈길
- 7월 5일까지 서울아산병원 동관 1층 갤러리에서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돌가루로 바람을 그리는 화가 이소의 개인전이 5일까지 서울아산병원 동관 1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화가 이소는 캔버스에 돌가루와 물감을 섞어 바람을 조각하는 독특한 기법을 활용한다. 일반적인 회화 작품처럼 붓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대신 전체를 넓적한 붓으로 칠한 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과정만 있다. 언뜻 보기에 1mm 정도로 가는 선도 사실상 물감의 한 층일 뿐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움을 준다.

이에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제작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지 짐작게 한다. 물감을 사오십 겹 바른 후 긁어내고 깎아내는 독자적인 기법을 완성하기까지 이소 화가가 지나왔을 오랜 고민과 기나긴 수행의 시간이 느껴져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전시가 열리는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에 들어서면 마치 바람이 부는 듯하다. 마치 숲속에 온 듯이 바람결을 따라 그림에서 피톤치드가 나올 것만 같다.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비치는 공간의 특성상 시간대별로 요철의 그림자가 변화하여, 하나의 그림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그 모습을 보고자 여러 차례 갤러리를 방문하는 관람객도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일상에 지친 누구라도 자신의 ‘바람 숲’에서 숨이 트이고 휴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이소 작가의 바람처럼, “건강 검진과 치료를 위해 아산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과 의료 파업의 영향으로 피로가 과중 된 의료진들에게 확실한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 화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이소 화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한편 이소 화가는 프랑스 파리 국립 8 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형 예술학을 공부한 후, 질감을 강조하는 추상화 작업에 매료되었다. 최근에는 숲에서 영감을 얻어 바람을 그리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아트 마이애미, 아트 온 페이퍼 뉴욕,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미술 교양 에세이 <화가가 사랑한 파리 미술관>(세종 우수교양 도서 선정) 저술 및 아트살롱 GV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로도 출강하고 있다.

이소 화가의 개인전 <바람의 숲은>은 5일까지 서울아산병원 동관 1층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반 방문객도 출입 코드가 있으면 무료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숲(forest)’은 나에게 ‘숨(breath)’이다. 나의 숲 산책은 사유의 시간이자 치유의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캔버스에 ‘바람’으로 재현한다.

우리는 과거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 눈부시게 찬란한 현재를 살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현재의 상상이 현실이 될 미래를 꿈꾸고 있다. 우리의 생각주머니 따위는 정지시켜도 자동으로 살아지는, 더없이 좋아 보이는 그런 세상이다. 그런데 생각주머니가 작아질수록, 상실감과 소외감은 커져만 가고,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이 되면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따분한 일상과는 사뭇 다른 시골에서의 삶은 나를 공상과 상상 속으로 이끌었다. <톰 소여의 모험> 속 ‘허클베리 핀’처럼 색다른 모험을 꿈꾸게 했다. 이따금 그 시절 추억이 피어나 마음이 몽글해진다. 숲의 초록빛 잔상이 여전히 나를 감싸고 숨 쉬게 한다.

지금도 나는 마음이 헛헛한 날에는 숲으로 향한다. 숲 한가운데 멈춰 서 고개를 들어 하늘과 마주한다. 눈부신 오색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진다. 살포시 두 눈을 감고 숨을 한껏 들이마신다. 청정한 숲 바람이 내 안에 들어와 가득했던 시름을 밀어낸다. 어느덧 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내가 그린 숲속 주인공은 바람이다. 캔버스에 돌가루를 두껍게 바른 후, 내 기억 속 숲의 형상을 음각으로 깎고, 요철을 만들어 바람결을 표현한다. 최근 질감만큼 색에 집중하고 있다. 물감을 수십 회 칠하고 갈아내는 과정을 반복한 후 흰색으로 캔버스 전체를 덮곤 한다. 흰색의 요철은 빛의 방향에 따라 새로운 색을 갈아입고 적층 된 보색의 어울림을 보다 안정적으로 조화시킨다.나의 채색 과정은 색 더하기와 색 빼기의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빼기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차피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내 안에 일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지친 누군가도 나의 ‘바람 숲’에서 숨이 트이고 휴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노트 中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이소 개인전 ‘바람의 숲’]

▲ 이 소 개인전
-전시 제목: 바람의 숲
-전시 기간: 2024년 6월 21일(금)~7월 5일(금)
-갤러리 위치: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서울아산병원동관 1층
-관람료: 무료
-문의” www.instagram.com/solee_artist

[이소 화가의 숲 산책 영상 https://youtu.be/6W3VD-TT8v4?si=30YrDB4dEWuo6ych]
[이소 화가의 숲 산책 영상 https://youtu.be/6W3VD-TT8v4?si=30YrDB4dEWuo6y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