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카드 대출 채무 불이행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소득층 소비자의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3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뱅크레그데이터가 집계한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출업체는 올해 첫 3분기 동안 460억 달러의 심각한 연체 대출 잔액을 상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각은 대출 기관이 대출자가 채무를 갚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심각한 대출 불안을 면밀히 관찰하는 척도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대표는 “고소득 가구는 괜찮지만 미국 소비자의 하위 3분의 1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재 이들의 저축률은 제로다"라고 말했다.
채무 불이행의 급격한 증가는 수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대출 비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개인 부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FT는 말했다.
은행들은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초기 징후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JP모건 체이스와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카드 대출업체인 캐피탈 원은 최근 11월 기준으로 전체 대출 중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표시된 비율인 연간 신용카드 상각률이 1년 전의 5.2%에서 6.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용 조사 업체 월렛허브의 오디세아스 파파디미트리우 대표는 “소비자의 소비력이 약해졌다”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팬데믹 시대의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현금이 넘쳐나고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용 카드 대출 기관은 과거에는 소득에 따라 대출 자격이 없었지만 은행 계좌에 현금이 넘쳐나 안전한 채무자처럼 보였던 고객들을 기꺼이 대출에 가입시켰다.
신용 카드 잔액이 급증하여 2022년과 2023년에 총 2,700억 달러가 증가했고, 2023년 중반에 처음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 카드 빚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지출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준은 2022년부터 차입 비용을 인상하게 되었다.
높은 잔액과 이자율로 인해 신용 카드 청구서를 전액 갚지 못한 미국인들은 지난 9월까지 12개월 동안 1,700억 달러의 이자를 지불해야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 있던 초과 현금의 일부를 빨아들였고, 그 결과 더 많은 대출자들이 신용카드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를 인하한 후 2025년에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주, 3개월 전의 1% 금리 인하 전망과 달리 내년에는 0.5%p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너졌다.
작년에 거의 600억 달러에 달하는 소비자 신용카드 부채를 탕감한 후에도 370억 달러의 카드가 최소 한 달 이상 연체된 채로 남아 있는 것은 소비자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무디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상각의 전조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연체율은 7월에 정점을 찍었지만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팬데믹 이전 해의 평균보다 거의 1% 포인트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렛허브의 파파디미트리우는 “연체는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광범위한 관세 위협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는 내년 소비자에게 두 가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