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25일 대형 은행들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자본 건전성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감에 따라 은행들이 이 테스트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 10일 금융안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산 1천억달러 이상이거나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지를 판별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밝힌대로 약 19개 은행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들이 경기침체가 더 심해져 실업률이 10~12%에 달하고 집값이 추가로 20% 더 떨어지는 극한 상황에서도 개별 은행들이 견딜 수 있을지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실패한 은행들은 추가로 자본을 조달할 것이 요구받게 되고 이 자금은 정부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많아 결과에 따라서는 국유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민간 소유 은행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며 국유화에 선을 긋고는 있으나 정부로부터 받는 자금 지원이 최근 씨티그룹과 정부 간에 논의되는 대로 정부 보유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이 된다면 국유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의 건전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을 정도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의 자본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그룹도 이런 입장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도 케네스 루이스 회장이 주초에 직원들에게 더 이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은행들의 입장은 지난 6개월간 은행에 거의 2천억달러 가까이를 투입하고 잠재손실을 최소 4천200억달러 가까이 보증할 정도로 은행의 자본상태가 나빠진 상황을 감안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이는 은행들이 자본 건전성을 보통주와 우선주, 전환사채 같은 주식.채권의 혼합 형태 등을 모두 합쳐 구성되는 자기자본으로 평가를 내린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중요한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가와 직접 관련이 있는 보통주로 구성되는 유형자기자본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작년 가을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자기자본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주가와 밀접한 유형자기자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가을 전까지만 해도 자기자본과 유형자기자본 간에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정부가 은행들의 구제에 나서면서 우선주를 대거 보유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신문은 자기자본을 주로 들여다 보던 금융감독당국도 은행의 예금주나 거래상대방이 주가 하락 등 나쁜 소식들을 은행의 신뢰가 흔들리는 신호로 보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제 유형자기자본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