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잃은 단기부동자금이 1년 동안 90조원 가까이 늘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조정받자 자금을 짧고 안전하게 굴리자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시중의 단기자금은 645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7조6000억원 증가했다.
단기자금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협의통화(M1·말기잔액)에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매출어음, 종금사 및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단기 금전신탁 등을 더한 수치다.
여기에 1년간 고객예탁금 증가분 4조4000억원을 합하면 단기자금은 92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단기자금이 불어나는 원인은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수 개월 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이 조정받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한 원인이다. 주가는 1500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부동산 시장마저 규제로 얼어붙자 자금이 금융권 단기 상품에 몰리고 있다.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3년 이상 정기예금은 1조 6000억 원이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6개월 미만의 초단기 정기예금은 9조 5,000억 원이 증가했다.
부동자금의 증가는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은행 역시 장기적인 자금운용이 불가능해 중장기 대출이 어려워지는데 실제로 올 9월 기업대출 증가액은 2조 9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기업들의 투자감소는 경제위축으로 연결되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