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새 밀레니엄의 첫 10년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빅 제로'(Big Zero)로 평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에 기대를 걸었지만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는 말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지난 10년 동안 어떠한 좋은 일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낙관론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제로 고용' 시기라고 전했다. 1999년 12월에 비해 올해 12월 취업자 수가 소폭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그야말로 '약간'의 수준이며, 민가부문 고용은 사상 처음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또 평균적인 미국인 가정에서도 '제로 이익'의 시기였다. 그는 자산거품으로 2000년대 이후 경기가 가장 좋았던 2007년에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가구의 평균 소득은 1999년보다 적었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의 부가 줄었음을 뜻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주택보유자들도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택가격은 밀레니엄 시작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에 버블이 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중반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아도 10년간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1999년 3월 다우지수가 처음으로 1만선을 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했으나 현재 주가는 99년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주 주식시장은 1만520선에서 마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은행가들과 투자자들이 자산거품을 쌓았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1999년 새로 도입된 일반회계 규정이 느슨하게 적용되면서 금융기업들의 재무 상황을 과신하는 과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이어져 은행들을 강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이어졌다.
크루그먼 교수는 "공화당의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이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 방안으로 다시 감세와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앞으로 10년이 또 다른 '빅제로'가 될지 더 나은 10년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