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상권의 점포들은 하루가 다르게 그 모습이 변하고 있을 정도로 유행, 트렌드 등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과 점포매매전문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서울의 유명상권에는 고층의 대형상가들이 속속 생겨 상권의 스카이라인이 변하고 있으며 10여년동안 ‘상권의 얼굴’을 하던 매장들이 하나둘씩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모습이다.
◆ 점포
▲ 유명상권 내 개인 점포 과거와 현재
대학가 상권의 대표격인 신촌상권의 독수리 빌딩,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신촌 상권으로 향하는 길목 어귀에 자리 잡은 독수리 빌딩은 연대를 상징하는 독수리를 건물 이름에 삽입함으로써 연대생들의 친근함을 유발시키며 신촌 내 유력한 랜드마크로서의 기능도 함께 수행했다.
특히 독수리빌딩 내에서도 2층과 3층에 위치한 독수리 다방, 독수리 만화방은 연대생뿐만 아니라 신촌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크나큰 인기를 누렸다.
신촌-독수리빌딩 |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독수리 빌딩에는 이들 점포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독다방으로 불리던 독수리 다방은 2004년 폐업했다는 사실이 1년이 지난 2005년에야 알려졌고 독수리만화방은 언제 폐업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조용히 사라졌다.
이들 점포의 폐업과 업종 변경은 창업시장의 트렌드 변화, 멀티미디어 산업의 발달, 고객의 소비 패턴 다양화 등의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신촌 상권에는 엄청난 유동인구를 겨냥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신촌 상권의 다수를 차지하던 작지만 개성 있는 점포들은 전문적인 마케팅 기법과 자금력, 무선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편의성 등으로 무장한 프랜차이즈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졌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 신촌대로점이다.
스타벅스 신촌대로점은 지난 2001년 입점한 이후 새로운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으며 현재까지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신촌-스타벅스 |
독수리만화방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PC방 창업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고 틈새로 비디오방이나 노래방 등 영상미디어를 이용한 점포도 소비 시장을 늘려 나갔다. 손쉽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이들 점포에 밀려 만화방이나 당구장 등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점포는 사양길로 들어서야 했다.
◆ 상가
▲ 대형 상가로 인한 상권의 변화
대형 상가의 등장으로 상권의 중심이 대형상가 주변으로 옮기게 된 경우가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왕십리상권으로 성동구 행당동, 도선동, 왕십리동과 접하여 형성된 왕십리로터리(오거리)에 위치한 상권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왕십리역 주변에는 한양대생들을 위한 술집, 식당 업종 밖에 없었다. 또 곱창 골목, 59년 왕십리 같은 이미지 때문에 낡은 거리라는 인식이 강했던 왕십리는 1번 출구와 11번 출구로 나오는 왕십리길 대로변이 전형적인 지역판매상권으로 왕십리상권의 대표적인 곳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왕십리 상권은 변화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5번 출구와 직접 연결된 왕십리 민자역사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민자역사의 하루 유동인구가 25만~30만명이고 이 중 2만 8000여명이 비트플렉스에 들른다.
2008년 9월 오픈한 왕십리민자역사내 비트플렉스는 고풍스런 인테리어로 20대들의 데이트 장소와 만남ㆍ쇼핑 장소로 인기가 많다. 게다가 비트플렉스(지하3~지상17층, 연면적 9만9003㎡ 규모)에 CGV와 워터파크 등 대형 집객시설이 속속 들어서며 고객 수가 크게 늘어 새로운 왕십리 상권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신촌역 민자역사인 밀리오레 같은 경우는 오픈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 현대백화점, 4,5번 출구 쪽과 명물거리 등 신촌의 메인상권에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상권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 서울시 유명상권 과거와 현재 비교
명동거리 빽빽한 프랜차이즈매장 |
▷이어 1998년 '밀리오레'가, 1999년 '두타'가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동대문쇼핑'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10~20대 젊은 층을 겨냥한 파격적이고 참신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이들 쇼핑몰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국의 소상인들을 대상으로 도매영업까지 하는 특성상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고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장점으로 이들 쇼핑몰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과 젊은 층 소비자들이 쉴 틈 없이 몰려들면서 밤낮 없는 '불야성'을 이뤘다. 여기에 동대문상권이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해외에서까지 보따리장사들과 원정쇼핑객들이 몰려들어 동대문 쇼핑몰 '붐'에 일조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쇼핑몰의 등장으로 인해 3~4년째 오픈을 못하고 있거나 공실률이 50%가 넘는 쇼핑몰이 있을 정도다. 이 모습은 비단 동대문상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유명상권에는 10년 동안 이런 대형상가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 773번지 위치한 덕운시장은 의류 전문 도ㆍ소매 시장으로 특히 아동복 재고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1979년 10월 문을 연 이래 점포수가 6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동대문 일대에서도 고객이 많은 시장으로 꼽혔었다.
흥인시장은 지하로 을지로 6가 지하상가와 연결되어 있고, 덕운시장과도 지하 및 1층~ 3층까지 연결되어 있어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매 중심의 이 시장도 610여 의류점포가 들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룬 곳이었다.
현재는 구 덕운시장과 흥인시장을 재건축한 맥스타일이 2010년 3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맥스타일’은 지하7층에서 지상 18층 규모의 건물로, 지하2층에서 지상 8층이 복합 쇼핑몰 매장으로 구성되며, 총 점포수는 2,653개이다.
▷동대문운동장은 1926년에 개장한 한국 최초의 종합운동장이자 82년간 우리나라의 체육사, 정치사, 문화사를 함께한 공간이다. 근대체육의 성지,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첫 개막전이 열렸고 야구, 축구, 육상 등 모든 운동경기가 열려 한국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했다.
1959년 건립된 야구장은 고교야구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꿈의 구장’이었다. 경기장에서의 열광은 사람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여 ‘스포츠용품점은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스포츠용품점도 성황을 이뤘다.
현재는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디자인 관련 복합문화산업시설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가 조성된다. 서울시가 부지면적 65,232㎡에 총 사업비 4,051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는 크게 디자인 관련 산업시설인 ’디자인플라자‘와 디자인 테마공원인 ’디자인파크‘로 구성된다. 디자인플라자를 포함해 전체 시설의 완공시점은 2011년 12월경이며,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수도권 유명상가 대부분이 무분별한 대형상가 개발로 속이 텅텅 빈 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상권에는 상가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몰링형태의 복합쇼핑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