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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 “물기둥·화약 냄새 없어”

천안함 생존자들이 사고발생 13일 만인 7일 공개진술에 나섰지만, 천안함 침몰 원인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그동안 제기됐던 기뢰나 어뢰에 의한 폭발로 보기 어렵고, 내부폭발, 암초와의 충돌, 천안함 자체의 노후에 따른 파괴로 보기는 석연치 않아 보인다.

우선 기뢰나 어뢰에 따른 폭발의 중요한 정황으로 여겨졌던 물기둥을 본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갑판 위에는 두 명의 견시(見視)가 있었다. 견시는 조타실 오른쪽과 왼쪽 위쪽에 배의 진행 방향을 감시, 해상에 떠 있을 장애물을 사전에 발견해 조타실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우현 견시는 '물기둥을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 "물기둥 같은 특이한 점은 없었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진동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승조원은 "당시 외부에 있던 두 명의 견시도 360도 다 보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항해를 하던 전방을 주시하고 있어서 뒤에서 물기둥이 발생했다면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화약 냄새도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오성탁 상사는 "탄약을 담당하는 병기장이라 잘 아는데 만약 화약이 있으면 불이 나고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라며 "사고 순간 화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사고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에 붕 떴고 정전이 됐다"며 "폭발음은 귀가 아플 정도로 컸고 문 주위의 컴퓨터책상이 모두 무너져 문이 안 열렸다. 외부에 의한 충격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생존자들의 말에 따르면 내부폭발, 암초 충돌, 함선 노후로 인한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일단, 내부 폭발의 경우 화약 냄새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 또한 암초와의 충돌설도 찢어지는 듯 한 마찰음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와 신빙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김병남 상사는 "암초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배가 출렁인다"라며 "그런 상황 때문에 외부 충격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다른 승조원들은 마찰음이 아니라 꽝하는 폭음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물이 샜다는 소문과 관련해서도 기관장인 이채권 대위는 "잘 모르는 대원들이 온도차로 파이프에 물이 맺히는 것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천안함은 물이 전혀 안 샜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출항 전에 2~3일 전부터 작동을 시작하니까 장비나 선체의 노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위는 사고 전 비상상황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행정업무를 위해 워드 작업을 하려고 기관장실에 있었는데 긴급 상황이었다면 고속 추진을 위해 기관장실에 있어야 했다"라며 "사건 이전까지는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