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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4·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시즌 첫 홈런포를 날리며 하라 다쓰노리(52)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냈다.
올 시즌 13타수 1안타로 부진의 늪에 빠진 이승엽은 홈런을 기록하며 전성기 때의 타격감을 부활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003시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할 당시 무려 시즌 56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일본의 왕정치(69)가 세운 아시아 홈런 신기록(54호)을 깨뜨리며 국민타자로 부상했다.
이후 2006년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홈런을 터뜨리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2004년에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한 이승엽은 2005년 요미우리에 입단해 2006년부터 2007년까지 4번 타자 자리를 지키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라 감독은 이승엽에 대해 신뢰를 보이며 그를 매 경기마다 주전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2008시즌부터 부진의 조짐을 보인 이승엽은 시즌 중간에 4번 타자 자리를 빼앗겼고 지난해 시즌부터 슬럼프에 빠져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승엽에게 무한 신뢰를 보였던 하라 감독도 어쩔 수 없이 주전명단에 이승엽의 이름을 올리지 않고 대타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이승엽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주전에서 밀려 대타로 기용되고 홈런을 기록하기 전까지 13타수 1안타로 초라한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3로 뒤진 8회 말에 대타로 들어선 이승엽은 상대 두 번째 투수 구보타 도모유키와의 대결에서 볼카운트 1-0 2구째 때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지난해 7월 4일 주니치 전 이후 9개월 여 만에 홈런포가 터졌다.
이로써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전날 0.077에서 0.143리로 뛰어올랐다.
그동안 이승엽의 부진에 냉정한 평가는 내렸던 하라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승엽에게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하라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
이에 따라 하라 감독이 이후 이승엽의 기용에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