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국가 추모기간 내내 내리던 비도 이날만은 오지 않았다.
오전 10시께 경기 평택 2함대에서 장병들의 영결식이 시작되자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이들을 기리는 사이렌이 울렸다.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인들이 영면을 기원하며 묵념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날씨도 장병들을 떠나보내는 시민들의 아쉬움을 가로막지 못했다. 장중한 진혼곡이 장병들이 넋을 달래는 가운데 영정 앞에 하나씩 쌓여가는 국화꽃은 채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이 따뜻하길 바라는 시민들의 안타까움의 표현이였다.
이날 오전 인근 직장인들은 업무를 미뤄두고 부서별로 또는 회사별로 분향소를 찾았다. 고인들의 영정 앞에서 서서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검은색 넥타이를 맨 서울시청 직원, 주황색 제복을 입고 나온 119 대원, 가방을 맨 젊은이들까지 차림은 각기 다르지만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는 마음은 하나였다.
분향소에는 검은색 정복을 입고 하얀 정모를 쓴 해군 장병 8명이 희생 장병들의 유족을 대신해 조문객들을 맞았다.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20~30여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한 시민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 긴 시간 고통스러웠을 고인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긴 대기행렬에 동참했다.
분향을 끝낸 시민들은 조의록과 추모의 벽에 고인들이 부디 영면하기를 기원하는 글을 남기며 미안함을 토로했다.
'바람만 불어도 이렇게 추운데 바닷속은 얼마나 추웠을까요? 고통스러웠을 그 시간일랑 모두 잊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채 피지도 못한 꽃 누구의 잘못일까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등 추모의 벽과 조의록에는 표현은 다르지만 장병들을 추모하는 마음만은 하나인 글들로 가득했다.
모녀가 함께 온 김희숙씨(40·여)는 "편하게 집에 들어앉아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없어 나왔다"며 "최승민씨(34)는 "국민으로서 아침에 세수하듯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가좌동에서 온 김유인씨(68)는 "몸이 아파 못 오다 오늘에서야 왔다"며 "그동안 안보태세가 너무 느슨해져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대책을 운운한다"고 지적했다.
문유출씨(74)는 "56년께 강화 교동에서 해병대 생활을 했다"며 "잠자면 목 베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긴장이 팽배했던 그 떄 생각이 나 가슴이 울렸다"고 전했다.
선수단을 이끌고 분향에 참여한 서울시청 탁구단 김형섭 감독은 "서울시청 운동부 모두 오늘 분향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선수단 내부에서 분향에 동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1364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는 등 25일부터 총 3만7765명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한편 이날 10시께 영결식은 전국 주요방송과 인터넷 포탈등을 통해 생방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