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대신 중국 위안화가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한국은행은 '유로화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유로화는 지난 10년간의 '행복한 유년기'를 마감하고 많은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혼돈의 사춘기'에 접었들었다"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유로화가 종전과 같은 강세 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미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박진호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 차장은 "유로화는 그동안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달러화를 대체할 1순위 기축통화 후보로 부상해 왔지만, 이번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부터는 적자국의 경우 재정긴축과 경제구조 조정을, 흑자국은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부담과 저축률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면서 "이 시기를 거치는 동안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유럽경제동맹(EMU)체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불안정성을 보이겠으나, '붕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차장은 "오히려 그동안 유럽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고질적인 문제를 치유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유로화 환율은 지난 10년과 같은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과거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정책 등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유지했으나, 앞으로는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통화완화정책과 금융 및 재정시스템 불안 등이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수연 기자 syshin@j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