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치러진 호주 연방의회 총선 하원 개표에서 여야 모두 과반획득에 실패하는 보기 드문 사태가 빚어졌다. 여야 모두 과반획득에 실패해 절대 다수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된 것이다. 이는 1940년 이후 7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헝 의회는 의회가 “공중에 매달려 있어”(hung)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헝 의회가 되면 각 정당이 법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등 책임정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총선 개표결과 노동당은 72석, 야당 연합(자유+국민당)은 73석을 차지해 모두 76석인 과반을 넘지 못했다. 집권 노동당은 개표 초반에는 야당연합(자유당 및 국민당)을 최대 14석 앞서 가는 등 재집권 가능성을 높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진한 야당연합에 밀려 결국 과반획득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야당연합 역시 과반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007년 총선때보다는 훨씬 양호한
선거결과를 얻어 자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런 예상밖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은 러드 전 총리를 경질하는 과정에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노동당은 지난 6월24일 당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던 러드 전 총리를 전격적으로 내쫓고 부총리였던 줄리아 길러드를 새 당 대표겸 총리로 선출했다. 길러드는 총리 취임 직후 노동당 지지율을 급반등시키는 등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노동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총리 퇴출은 정치적 도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노동당 내부에서조차 "노동당에서는 정치적 도의는 일찌감치 사라졌고 불의와 미움만이 가득 찼다"는 지적이 제기됐을 정도다.
호주 ABC방송 기자 출신인 매큐 의원은 "노동당이 러드 전 총리를 경질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은 아무런 대책도 아이디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07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열정과 패기, 자신감, 노력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