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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1조 의혹… 권력형 비리로 터지나

편법 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태광그룹이 시끄럽다.

태광그룹의 편법증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룹 오너 이호진 회장(48)의 비자금 일부가 케이블TV 사업 확대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계열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13일 오전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 사옥과 계열사 2곳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후 14일 태광그룹 임원 3~4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결과,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관계에 걸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 서부지검은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16일 전격 압수수색,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에 관련된 자료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지난 96년 고(故) 이임용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을 현금화해 적어도 2천억 원을 비자금으로 관리해 왔으며, 아직도 수천억 원의 차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도 최근 이 회장이 부친에게 물려받은 태광산업 주식을 몰래 계열사에 매각하고 그룹 산하 고려상호저축은행의 한 계좌에 매각대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검찰은 조성된 비자금의 일부가 2008년 케이블방송 사업을 확장하면서, 청와대와 방통위 등에 로비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과거 무혐의로 종결했던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기록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이 회장이 상속받은 태광산업 차명 주식 가운데 일부를 비자금화해 금융계열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단서를 포착했다. 지난 13일 고려상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고 비자금 창구로 보이는 차명계좌의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태광그룹 이 회장이 상속과 차명주식 등을 통해 수천억∼1조원의 비자금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나머지 차명주식 14만 8000여 주를 그룹 간부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했다.

잇따른 압수수색과 빠르면 이번 주 초 이호진 회장(48) 일가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여,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의 진의여부에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재수사?

검찰은 태광그룹이 2008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소유 규제 등을 제한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각종 로비를 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태광그룹 관계자가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게 성(性)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이같은 로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브로드의 큐릭스 합병 승인 직전인 지난해 3월 김모씨(43) 등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뉴미디어과장 신모씨(45)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모 유흥주점에서 티브로드 문모 팀장(38)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파장이 일었다.

또 태광그룹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당 최대 방송권역을 제한한 방송법 규제조항을 완화하기 위해 정관계 전반에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로비 의혹이 제기된 직후만 해도 "사건의 진실이 먼저 규명되어야 한다"며 합병 승인 심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5월 방통위는 성접대는 사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뿐, 합병을 위한 로비와는 무관하다며 신씨 등 해당 직원의 사표 수리만으로 사건을 종결짓고 티브로드의 큐릭스 지분 70% 인수를 최종 의결했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성 접대 의혹'에 연루된 두 행정관은 모두 사표를 냈고, 청와대는 당시 정정길 대통령실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검찰도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7월 검찰은 김 전 행정관 등을 뇌물수수 혐의를 제외한 채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한편, 태광그룹은 티브로드를 선두에 세워, 핵심전략사업으로 복합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을 키우고 있다.

티브로드는 1997년 7월 안양방송을 시작으로 케이블 방송사업에 진출해 현재 전국 77개 사업권역 중 14개 권역에서 15개 종합유선방송국을 운영 중이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손꼽힌다.

유선방송 업계관계자 등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경기지역의 케이블 TV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지난 2006년부터 최대 시장인 서울지역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한 사업자가 15개 이상 권역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시행령에 발목을 잡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08년 한 사업자가 25개 권역까지 가질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서울 북부지역에 기반을 둔 큐릭스를 인수하게 됐다.

현재 티브로드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내에 큐릭스와 합병 절차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 "태광 비자금 최대 1조원"

이번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태광그룹이) 1조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차명주식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 로비도 사전에 기획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15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하기 직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대표는 “서울 서부지검에 한달 전쯤 제보했으며,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임용 전 회장의 당시 차명주식은 33%에 육박했으며, 시가로 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4%는 여전히 차명주식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명주식은) 전·현직 임원 40~50명이 158주 또는 262주씩 총 15만주(시가 1600여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회장 일가가 60%, 차명으로 14%, 태광 쪽 인물이 9%, 외국계가 4% 갖고 있으며, 90%가 넘는 주식이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루 거래량이 1천주 미만으로 개인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박 대표는 "방송법 개정 시행령 로비는 2006년부터 기획됐다는 근거가 있으며, 성공한 로비”라며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에 반발해 계열사 사장 5명과 자신이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씨에게 이 회장의 퇴임을 건의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아 해고되거나 한직으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이번 제보자료에 대해서는 "이 회장에 의해 경영진에서 밀려나거나 해고된 전·현직 임직원들이 그룹 내부 자료를 빼돌려 보관해 온 것으로 안다"며 "그들로부터 모아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한편, 태광그룹은 창업주인 이임용 선대 회장 라인인 이른바 '개국 공신 세력'과 젊은 '신진 세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젊은 임원들은 이 회장에 의해 밀려났고, 이 회장의 이른바 '그룹 사유화'를 옹호했던 선대 회장 측근들이 내부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섬유 전문회사인 태광산업과 케이블TV 1위회사인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계열사 52개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의 기업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