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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라!

 

경기의 변동과 부동산 시장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활황을 누리던 부동산시장이 급작스럽게 냉각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원인이 국`내외적인 복합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였고, 일반경기와 함께 침몰하기에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다. 시장의 붕괴는 이미 2005년도부터 미국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버블논쟁으로 예고되고 있었다. 현재의 결과로선 딜렘마게임 또는 폭탄돌리기가 증명된 셈이다.

1994년 일본의 버블붕괴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로 포장된 냉혹한 패권적 자본은 앞선 경고와 선행적 경험을 무시한 채 오히려 더욱더 부동산과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스스로를 팽창시켜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은 결국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초래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에겐 탐익에 물들어 위기를 망각한 결과가 지금에 와서 홀연히 사라버린 자산에 대한 아픔과 상실감을 더욱 저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2000년대 들어와 외환위기의 극복하기 위하여 시중 저금리 기조로 수요를 촉진하고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로 공급을 확대시킴으로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의 명분으로 시작된 기업도시, 혁신도시의 개발로 인하여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은 금융위기의 당시에 경험하였던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쉽게 망각케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성을 무시한 채 거품의 확산을 방치해 왔다.

거품이란이란 실질적인 자산 가치와 시장거래가치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그 위험성이 예고되었음을 전제하고 인정할 때, 이제 냉철하게 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고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책 기능의 모색

현재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안타깝다. 한편으로 지난 참여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조세징수로 수요를 냉각시켰다는 섣부를 원인진단도 위험스럽다. 새 정부에 들어와서도 역대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1.30 비수도권 지역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모두해제, 3.21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공제 확대, 6.11 지방 미분양주택 대책과 임대주택정책 개정, 8.21 주택공급기반강화와 건설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대안을 쏟아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처럼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 원인은 우리 부동산 시장이 이제는 정책변수의 영향을 벗어나 있거나, 혹은 위 정책의 내용이 실효성이 없는 잘못된 대안일 것이다. 아마도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정책과정을 돌이켜 보면 마치 국경일처럼 공포되고 회자되는 가운데 그 실제 정책효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경기의 변동에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억제 또는 촉진을 위한 영향변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규제와 조세부담과 금리 등의 조절을 반복해 왔지만 정책의 신뢰성만 잃어버렸다. 시장은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더 확대되고, 만성적 공급의 부족으로 인한 무차별적 가수요와 투기수요가 거품을 주도하여 왔다.

부동산시장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성에서 지배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주택보급이 확대됨으로서 지방의 미분양이 속출하는 현상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의 불안을 예고하고 있음을 본다. 주택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공급량을 조절하지 못한 건설업체의 부실은 내수경기의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8년 동안 주택의 공급은 현재 과잉되어 미분양이 속출하는 사태를 초래한 상태에서 공급의 확대와 수요촉진을 유발하기 위한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어째든 뉴딜 즉 새판을 짜야함은 정부의 몫이 크다. 하지만 침체하는 경기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주택시장의 부흥을 기획한다면 시장의 변화를 잘못 읽은 것이다. 부동산시장 환경이 변화된 상황에서 원칙이 무시되는 조급함에 쏟아내는 재탕, 삼탕의 반복적 정책변화는 오히려 시장의 왜곡과 소비자들에게 식상함만을 안겨주는 것이다. 주택소유자는 자산가치의 하락에 가슴 아프지만 주택소비자로서는 아직도 더 가격이 하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탄력성이 크지 못한 까닭에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의 차별화와 세분화

시장의 기능이 존중된다면 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 스스로 다시 회복될 것이다. 경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동하는 것으로서 단지 그 타이밍만을 예측하기가 힘들 뿐이다. 침체의 골이 깊을수록 회복의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데 희망이 있다. 부동산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와 함께 조정자로서 정부가 시장구조의 변화를 인식함으로서 희망의 폭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시장변화의 큰 흐름은 차별화와 세분화이다.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상승시키려함은 모든 투자자들의 바람이다. 허나 지금까지 부동산을 통한 투자수익이 단지 보유함으로서 얻어지는 자산수익에 대한 환상은 이제 접어야 한다. 주택은 소비자의 효용에 의하여 수요가 차별화되고, 상업용 빌딩은 수익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균형시장이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미분양의 아파트를 정부가 간섭하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가격의 차별화와 제품의 차별화로 수요를 유인하여야 한다. 생산자 스스로가 상품의 포장을 다시하거나 가격할인 또는 분양형을 임대형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론 수요자가 공급자보다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매우 국지화되고 분화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국지화된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세분화를 의미한다. 즉, 수도권의 부동산시장과 지방의 부동산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서울일지라도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차별화되고, 같은 지방도시 및 농촌지역일지라도 이러한 현상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 시장이 분화된다는 것은 주택경기에서도 아파트 시장과 단독주택시장, 전원주택시장에서의 가격상승과 하락이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가치가 즉각적으로 시장에 반영되어 대체효과 및 소득효과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획일적인 부동산정책에 대한 기대효과를 저해하고 있음이 간과되고 있다.

차별화된 부동산시장으로서 강원도는

세분화되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강원지역은 차별화된 시장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강원도는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은 곳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하여 지가가 저렴하고, 수려한 산지와 동해안은 소득이 다시 증대하면 전원주거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망을 따라서 펼쳐지는 회랑지역과 동해안 전원주거 수요에 의한 인구정착과 투자가치로서 유망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동서고속도로의 건설과 고속철도망의 확보는 이러한 가능성을 이미 시장에 반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강원지역의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있다. 불균형발전을 우려하는 견지에서 수도권의 블랙홀 기능으로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적 후생비용을 증대될수록 장기적으론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찾을 수 없는 쾌적한 자연경관과 차별화된 주거환경의 욕구는 커질 것이다. 이미 조성된 주거단지의 환경을 개선하는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부동산의 비가역성의 특징은 아직도 천연의 자원으로 남아있는 강원지역의 숨은 장소의 가치를 더욱 크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이 국제적 자본시장에 노출되어 있으며, 시장의 균형이 조절될지라도 아직까지 다양하고 차별화된 부동산상품의 수요는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 그 틈새를 남보다 일찍 발견하고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시장참여자의 선견이 현재의 위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글ㅣ김갑렬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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