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대행은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농업 4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하여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다시 정부로 이송된 동법 개정안은 재의 요구 당시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양곡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미만인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토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되어 의결되었다.
한 대행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하여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생산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매입 제도’와 ‘양곡가격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 농업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정방안’을 마련하였으나,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타협 없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채소, 과일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였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 대행은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되어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 또한, 과도한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미래농업‧농촌을 위한 재원배분이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농어업분야에서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입은 시설의 복구 및 피해 주민의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을 넘어서, 재해 이전에 생산에 투입된 비용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여 농어업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보험료율을 할증할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할증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보험료가 재해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재해위험도가 상이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되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라며 "민간 보험사들이 영세한농어업인들의 보험 가입을 오히려 꺼리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11월 30일이 지나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및상임위원회가 예산안 및 세입예산 부수 법안의 심사를 계속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54조 제2항은 국회가 회계년도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대행은 "국회법개정안은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12월 2일)에 구속받지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원활한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어 헌법이 정한 기한 내에 예산안이 의결되도록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의 의결이 늦어지고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한 대행은 "동행명령대상 증인의 범위를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심사’ 및 ‘청문회’까지 확대하고, 증인‧참고인 등이 개인정보보호, 영업비밀보호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수 없도록 하여,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반하며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 정부도 전향적이고 허심탄회한자세로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의되는 법안은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다.
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등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정부·여당은 이들 법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