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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에 기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도 막상 공사대금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결국 피담보채권이 없다는 이유로 유치권이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실무상으로 적지 않다.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생각만 가지고서 점유를 해오기는 했지만, 공사대금에 기해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공사대금채권의 시효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어(민법 제326조), 유치권행사만으로는 공사대금채권의 시효진행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 때문이다. 더구나, 공사대금채권이 3년간의 단기소멸시효에 해당되어서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와 관련된 판결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 서울고등법원 2005. 10. 11.선고 2005나13129【건물명도】
“-- 그러나 유치권의 행사는 피담보채권의 시효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위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3호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라고 할 것인바, 위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골조 공사가 중단되고 기성 공사대금채권의 액수가 확정된 1998. 5.경부터는 위 공사대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부터 현재까지 3년이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여 위 공사대금채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 손00은 위 공사대금을 분양대금과 공사대금의 차액을 정산하여 대물로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공사계약 체결 시 대금을 이 사건 건물의 일부로 지급받기로 약정하여 위 피고가 00종합건설에 대하여 분양청구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통상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부동산을 대물변제받기로 하는 약정은 채권보전을 위한 담보방법으로 행하여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32133 판결), 이 사건에 있어서 위 피고의 분양청구권도 기존의 금전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 보는 이상 기존의 금전채권과 마찬가지로 위 피고의 기성 공사대금채권의 액수가 확정된 1998. 5.경부터 시효가 진행되어 그로부터 3년(민법 제163조 제3호)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할 것이고(또한, 가사 당사자의 의사가 이 사건 건물의 일부를 분양받음으로써만 공사대금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위 피고의 00종합건설에 대한 분양청구권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경락받음으로써 이행불능이 되었고 00종합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만이 남게 된다 할 것인데,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일 뿐 이 사건 건물과 사이에 견련성이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채권을 기하여 원고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위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경락받은 2003. 12. 29.까지 채무자인 00종합건설이 위 피고에 대한 채무를 승인하고 있었으므로 시효가 중단되었고, 2003. 12. 29.부터 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므로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에 의하면, 1999. 9. 1. 그 당시 00종합건설의 대표이사였던 이00이 위 피고를 포함한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건물 일부를 대물로 분양해 줄 때까지 이 사건 건물의 관리권(임대할 지위 포함)을 위임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치권 자체의 행사가 채권의 행사로 되지 않기 때문에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채무자로부터 유치물의 사용, 임대를 승낙받았다 하더라도 유치권의 행사방법을 승낙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고 할 수 없어 시효가 중단된다고 할 수 없고, 가사 위와 같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관리권 위임행위에 채무자의 위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를 승인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에 의하면 위 이00은 2001. 5. 3. 위 관리권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는바, 그 시경부터는 위 피고의 공사대금채권의 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고 이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04. 5. 10.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서울고등법원 2008. 4. 4.선고 2007나77370【유치권부존재확인】
경매 중인 건물의 저당권자인 원고가 제기한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에서, 건물 신축공사를 위한 기존건물 철거나 주변 정리공사 등과 같은 사전(事前)공사로 발생한 공사대금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과 점유물간에 견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예비적인 판단으로 “--가사 위와 같은 채권이 유치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 공사는 갑과 선정자 을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때인 2000. 11. 22. 이전에 이미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같이 공사가 완료된 때로부터 민법 제163조 제3호 소정의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이미 경과하였음이 분명한 만큼 그 공사대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어떠한 유치권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광주고등법원 2006. 3. 17.선고 2005나4924【유치권부존재확인의소】
“-- 피고가 2000. 11. 말경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는 2000. 11. 30.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변제기로부터 3년이 되는 2003. 11. 29.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인하여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공사대금 채무자인 00영농의 실질적 대표자인 임00이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인정하고, 그 공사대금을 진도00영농으로부터 받아 주기 위하여 2000. 12.경(늦어도 2002. 12.경)부터 현재까지 피고의 위탁을 받아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해 오고 있으므로, 임00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위 기간 동안 00영농은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승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나,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임00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이유가 피고를 위하여 한 것이 아닌 이상 00영농이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참고조문>
민법 제326조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유치권의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민법 제163조 (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개정 1997.12.13>
제3호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글ㅣ최광석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한국경제TV ‘부동산투데이’프로그램 고정출연, SBS ‘솔로몬의 선택’ 부동산분야 자문,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한국전력공사, 주식회사 에스비에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피자헛, 트라움하우스, 엘에스전선 등에 고문변호사로 활동.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변호사(부동산분야, 고시계), 한국을 빛낸 CEO(법률서비스분야, 헤럴드경제신문)에 선정된 바 있다. 저서_부동산, 사기당하지 않고 거래하는 법(청림출판사), 부동산, 지키는 법 키우는 법(청림출판사), 부동산중개업법령 및 중개실무(부동산1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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