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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A추진위원회’)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조합설립 이전에 A추진위원회를 해산하기 위하여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대표자인 B는 위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관할구청에 해산신고를 하였다. 이에 따라 이루어진 해산 신고 수리가 적법할까.
원래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일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리하여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인계하고 추진위원회는 해산하게 된다. 추진위원회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당연히 해산하는 것이다. 반면에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추진위원회를 해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따로이 해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제13조 제2항에 따라 고시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 제5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 전에 추진위원회를 해산하고자 하는 경우 설립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또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 군수에게 신고함으로써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그 해산절차에 관한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위 운영규정 제5조 제3항상의 해산신고를 누가 하느냐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다. 동조항의 문언상 추진위원회가 동의를 얻어 시장, 군수에게 신고를 하는 신고주체로서 해석되는 것이 자연스러움에도 최근 대법원은 이와 달리 위 동조항에 대하여 ‘조합설립인가 전에 추진위원회를 해산하고자 하는 자는 추진위원회의 설립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또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 군수에게 신고함으로써 추진위원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추진위원회의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 과반수의 대표자도 추진위원회 해산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14869판결)
대법원이 위와 같이 판단한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도정법 제13조 제2항에 의하여 설립되는 추진위원회는 추진위원들로 구성되는 단체로서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 구성원이 아닌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의사에 의하여 설립되고, 그 구성원인 추진위원들의 결의가 아닌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에 의하여 해산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해산신고주체 역시 반드시 추진위원회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설립의사주체 및 해산결의의사의 주체인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의 대표도 그 신고주체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실질적으로 추진위원회의 설립주체가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라는 점에 비추어 그 해산과정에서도 그 과반수의 대표자를 신고주체로 인정함이 형평상 타당하다.
다음,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할 경우 도정법 제15조 제4항에 의하여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하게 되므로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하지 아니한 정비구역 내의 토지 등 소유자도 추진위원회의 존립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만일 추진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가 추진위원회의 해산에 동의하였음에도 추진위원회 스스로 해산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새로이 토지 등 소유자의 대표성을 가지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하여 파행적 운영과 관련된 의견대립은 추진위원회의 사업추진을 위한 의사결정기관인 주민총회를 통한 문제제기, 해명, 토론, 대안 제시 등의 절차를 거쳐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바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의 대표자를 해산신고주체로 인정하여 추진위원회를 해산하게 하는 것은 방법의 적절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견도 존재한다.
그런데 재건축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과 시간의 허비 그리고 비용의 낭비로 귀결되는 파행적인 운영이 되고 있는 추진위원회가 과연 존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 불필요한 분쟁 등으로 인하여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추진위원회의 경우, 이미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있다고 본다면 새로이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다시 재정비를 하는 것이 유효적절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대표자인 B의 해산신고 및 그 수리는 그래서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글ㅣ최수영 변호사 법무법인 “정률”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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