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유럽 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내 은행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밤 뉴욕증시에서 은행주가 동반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전 거래일보다 7.97% 추락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각각 4.16%, 4.14% 밀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유럽 위기와 관련한 미국 은행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악재였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관련한 미국 은행의 위험 노출도가 현재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제때에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은행 산업의 신용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주와 달리 이날 국내 은행주는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장중 약세를 극복하고 전날보다 3.45% 급등했다. KB금융은 0.66%, 우리금융은 0.52% 각각 상승했다. 신한지주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국내 은행들의 유럽 익스포저가 적은 편이어서 유럽 신용위기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IGS 국가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26억달러다. 이는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4.2%에 해당한다. 프랑스에 대한 익스포저는 16억달러, 비중은 2.6%다.
지난 9월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소시에테 제너럴과 크레디트 아그리꼴 등 프랑스계 은행들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3억1천만달러로, 0.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해 프랑스 익스포저가 많은 편이고, 그중에서도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두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럽 신용위기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위기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외환 건전성 비율 등 주요 지표가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안정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유럽 신용위기가 심화하면 주가가 내리고 환율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요동칠 수 있다. 그래도 외환 건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단기채무 비중이 양호한 편이다. 중국, 일본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방어선이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정위기가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확산하면 심리적인 측면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003450] 구경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유럽 수출 비중이 10%에 달하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한 국내 은행주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보증권[030610] 황석규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주가 하락하면 국내 은행주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 위기가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주는 낮은 수준의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