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벨기에가 지난달 프랑스와 합의했던 덱시아 은행 구제 계획이 실현불가능하다며 뒤늦게 프랑스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 양국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간지 드 스탄다르트 등에 따르면, 벨기에는 지난달 9일 프랑스·룩셈부르크 등 3개국이 합의한 덱시아 구제 금융 계획을 놓고 프랑스와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벨기에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구제 계획에 대한 재협상이 불가피하며 프랑스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의 합작 금융그룹인 덱시아는 그리스발 유로존 채무·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올해 초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몰렸고, 덱시아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3개국 정부와 덱시아는 지난 10월 9일 900억 유로 규모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우량 부분은 분리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프랑스와 벨기에가 배드뱅크에 대해 60.5% 대 39.5%의 비율로 지급보증하기로 합의해 벨기에는 540억유로를 채권시장에서 조달해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 정상적 조달이 가능한 금액은 200-250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협상 타결 때 벨기에 언론은 "매우 불리한 것이고 실행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고, 시민단체들은 "탐욕스런 부실 은행에 2005년에 이어 또다시 세금을 투입해선 안된다"며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나섰었다. 이에 대해 벨기에 정부는 "협상이 불가피했고 결과는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절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으로 유로존 위기가 계속 확산되면서 채권시장에서 벨기에가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합의 이후 덱시아와 벨기에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져 국채 수익률이 폭등, 10월 초 3.6%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금은 4.9%를 웃돌고 있다.
결국 덱시아와 벨기에 정부는 자금 조달이 어렵고, 또 현재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는 구제금융 방안을 실행해 덱시아를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뒤늦게 판단하고 신용등급이 더 좋은 프랑스가 지급보증 부담을 더 지고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용등급 강등설 등에 시달리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쁜 프랑스는 벨기에가 국가 간에 이미 합의한 일을 어기려한다며 벨기에의 요구를 일축했다.
벨기에와 프랑스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덱시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위기에 빠진 유로존에 불을 붙이는 뇌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