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올해 원·달러 환율이 원화강세 지속으로 연평균 달러당 1,050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1,000원선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연평균 83∼90엔 정도로 예상됐지만,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계는 환율에 대해 이 같이 전망하면서 수출 업종에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늘리고 내수 업종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삼성증권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상반기에 달러당 1,050원을 뚫고 내려가 1,030원 정도까지 하락했다가 연말에는 1,050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의 허진욱 연구원은 "올해는 작년에 이어 원화 등 신흥국 통화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에는 미국 재정절벽 불확실성 완화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등으로 1,03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DB대우증권은 올 상반기 말에 원ㆍ달러 환율이 1,060원, 연말에 1,0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환율 변동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면서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SC은행은 국내 금융투자기관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원ㆍ달러 환율이 1,035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내 1,000원 선이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이고, 전 세계적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되면 주식이나 채권 자금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면서 "이 경우 수급차원에서 환율은 더욱 하락해 1,000원선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연평균 1,050원, 연말 1,020원, 신한금융투자는 조만간 수정을 전제로 연평균 1,070원, 연말 1,050원의 전망치를 내놨다. 우리투자증권은 1,040∼1,090원, 대신증권은 연평균 1,062원, 하나대투증권은 1,040∼1,140원으로 각각 예측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소재용 연구원은 "재선에 성공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중국도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내수부양을 위해 단계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원화강세 지속을 점쳤다.
민간연구소들도 비슷했다.
LG경제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각각 연평균 1,050원, 현대경제연구소는 1,060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연평균 1,050원, 연말 1,020원을 전망치로 각각 제시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본 경제를 반영해 연초 급격한 약세로 출발하고 있지만, 약세와 강세를 뒷받침할 요인들이 공존하고 있어 예측이 쉽지 않은데, 전반적으로 연평균 83∼90엔을 나타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연평균 90엔, 연말 94엔으로 가장 높게 전망했고, 삼성증권은 연말 90엔, 키움증권은 연말 87엔, 최고 90엔, 우리투자증권은 82∼90엔, SC은행은 87엔, 신한금융투자와 KDB대우증권은 각각 연말 85엔을 제시했다.
LG경제연구소는 연평균 85엔, 대신증권은 연평균 83.2엔, 하나대투증권은 83엔으로 각각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엔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해 한국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급작스럽게 떨어지는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엔화가치 절하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유현조 연구원은 "막대한 통화공급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 일본은행이 무제한 국채 매입을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으로 인해 엔화 약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화폐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 환율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환율이 올해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원화강세와 엔화약세 현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환율시장 상황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기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일부 산업에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핵심 수출산업인 IT와 자동차 등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업종은 채산성 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주가 급락하는 등 관련주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는 한국 신용등급 상승, 일본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최근들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2일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도 이런 추세를 강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추가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가 예상돼 원화강세 기조가 올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완화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지속적으로 유입될 여건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강세는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는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데 일본과 경합하는 가전, 정보통신, 자동차 등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번 원화강세는 세계경제가 좋을 때 나타나던 과거와 달리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나 한국 수출에는 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원화강세와 엔화약세와 관련,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긍정적인 분석이 많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금융분석실장은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수출기업들은 원ㆍ엔 환율 동반 하락으로 어렵겠지만, 1,200원대 환율은 2008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수출경쟁력 악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마주옥 투자전략팀장은 "원화강세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수출은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에 영향을 받는 만큼 수출회복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작다"면서 환율 변수가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들어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호 연구위원은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호재는 아니지만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하면, 내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수 있는 계기가 돼 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데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진 점도 고려된다.
삼성증권의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수출기업 중 IT는 이미 일본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있고 자동차도 주력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 전체로는 부정적인 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흐름이 전 업종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수출주와 달리 내수주는 원화강세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마주옥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주에 비해 유통 등 내수주와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는 환율 변수가 호재가 될 수 있다"라며 "항공, 철강, 화학 등도 수혜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유통과 음식료 등 내수주가 작년에 많이 올랐지만 올해에도 급격한 조정보다는 강세가 이어질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