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원대 ISD(투자자국가소송)를 제기한 가운데, 매각 지연의 귀책 사유가 론스타에 있음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지분 매각이 늦춰진 이유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문제 때문이었다. 은행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 합계액이 전체의 25% 이상이거나 규모가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이며, 4%를 초과하는 은행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원인 무효'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는 론스타가 숨겨왔던 계열사인 일본 골프장 회사 PGM홀딩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론스타는 2011년 12월초 PGM을 매각했고, 금융위원회는 적어도 PGM 매각 이후의 론스타는 더 이상 산업자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부터 소유했던 또 다른 숨겨진 계열사 아수엔터프라이즈가 공개돼, 금융당국으로서는 '직무유기'를 넘어 '배임'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간 꾸준히 론스타 문제를 파헤쳐 '론스타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전성인 교수(홍익대)에게 론스타 계열사 발견의 의미와 현재 진행중인 소송들에 미치는 영향, 당국의 대응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2011년말 130개가 넘는 론스타의 관계사들을 발견해 금융당국을 깜짝놀라게 했다. 연이어 이번 일본 아수엔터프라이즈를 고생해서 찾아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수엔터프라이즈를 찾게 된 데에는 일본 골프장 관리회사였던 PGM Holdings를 론스타가 2011년 12월초에 매각하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독당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론스타는 더 이상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다. 골프장 팔았지 않느냐"고 설레발을 치는 것이 못 보아 주겠더라고요.
물론 은행법의 법리로 보면 일단 비금융주력자에 해당되면 무조건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아야 합니다. 나중에 거기서 벗어나건 말건 상관없어요. 론스타의 경우에는 외환은행 인수할 때 이미 비금융주력자였으니까 외환은행 인수는 원천무효에요. 그 뒤에 비금융주력자였건 아니건 그것이 인수의 적법성에 영향을 주지는 못해요.
"골프장 팔았으니까 다 된 것 아니냐?…감독당국의 꼬락서니는 가관"
그러나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감독당국의 주장이 먹힐 여지도 있었던 거죠. 감독 당국의 꼬락서니는 가관이었죠. 골프장 팔기 전 기간 즉 명백하게 비금융주력자였던 기간에 대해서는 "비금융주력자 요건에 해당했지만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면죄부를 주고, 골프장을 판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골프장 팔았으니까 다 된 것 아니냐"면서 또 면죄부를 주었죠. 그리고는 2012년 1월27일에 론스타가 돈 챙기고 한국 떠나도 된다고 방망이를 땅땅 두드려 준 거예요.
감독 당국의 주장은 은행법과는 완전히 다른 거였죠. 그러나 대중의 이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골프장을 팔았어도 역시 2011년말 현재 비금융주력자다"를 입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주주총회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3월의 정기 주주총회는 2011년말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 때 론스타의 의결권을 어떻게 확정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수도 있었어요. 물론 원천무효의 입장에서 보면 의결권 자체가 없는 것이지만 인수를 인정하는 일부 관계자들을 위해서는 그 때에도 의결권이 4%로 제약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했으니까요.
▲ 전성인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론스타 관계사 추가 발견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어쨌든 이러면서 일본의 남아 있는 론스타 관계사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이 시작된 거죠. 그 중 첫 번째 성과는 작년 5월31일까지로 정리해서 참여연대가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을 시작하면서 공표했습니다. 이 때 수치는 2조원 기준을 훌쩍 넘는 것이었어요. 다만 이 수치는 솔라레 호텔 관련 회사들을 조사했던 것인데 그 중에는 우리나라 PEF 같은 특정목적회사 들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 회사들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비금융회사라고 보아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을 금융회사로 보아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죠.
그래서 보다 분명한 회사가 필요했던 거죠. 이번에 발견한 아수 엔터프라이즈는 목흑아서원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죠. 그러니까 옛날 론스타가 우리나라에서 강남 스타타워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자산규모가 1조원 안팎이고 론스타가 2002년 9월부터 주욱 소유해 왔던 회사라 비금융주력자 입증에는 아주 안성마춤이었습니다.
목흑아서원은 동경에서는 매우 유명한 문화유적인 것 같아요. 동경시에서는 2009년에 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거든요.
◆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검찰에선 과거처럼 반응이 없나.
저는 감독당국이 지난 2011년에 론스타의 주요 계열사를 다 뒤져서 국회 정무위에 자랑스럽게 보고했기 때문에 당연히 목흑아서원을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서는 계속 함구하고 있고 이번 발표 이후에도 관계자의 인터뷰에서는 금시초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지 않아요. 목흑아서원 문제는 작년 2월 국회 정무위에서도 거론되었었고 그 때 밖에서 이 중계를 시청하던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은 "아, 이것도 드러나는구나" 하고 장탄식을 했다는 주장도 있어요. 어찌 되었건 국회에서 질의를 받았던 회사를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잡아 뗄 수 있겠어요? 이것은 직무유기 차원이 아니라 은폐 시도 아닌가요?
검찰에 대해서는 한 마디 안할 수가 없습니다. 론스타 문제를 위법적으로 처리한 후 이를 축소, 은폐시켰던 과거 및 현재의 금융감독당국 수장 및 그 하수인들 여러 명이 검찰에 고발되었습니다. 그것도 여러 차례 고발되었지요. 그런데 검찰이 전혀 수사의지가 없습니다. 그냥 무혐의 불기소, 각하 이런 것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매각 승인 직전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골프장 조사 했던 것 같으니까 직무유기 아니다"라고 면죄부를 줘 버렸습니다. 그 때 논란이 되었던 솔라레 호텔 조사 안한 것은 왜 문제 안 삼나요? 이번에 문제가 된 아수 엔터프라이즈 조사 안한 것은 왜 문제 안 삼나요? 검찰까지 무능하거나 은폐의혹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검찰은 이 사건을 정석대로 수사해야 합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서 항고한 상태입니다. 검찰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설 것을 촉구합니다.
◆ 아수엔터프라이즈 발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의 ISD 소송과 시민단체들이 진행 중인 의결권 무효재판, 주주대표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금 론스타와는 몇 개의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하나는 론스타가 원고가 되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진행중인 ISD 소송이 있고, 다른 것으로는 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약칭 범국본)가 외환은행 주주들과 진행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주총회 무효·부존재 소송과 참여연대가 외환은행 소액주주들과 진행하고 있는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이 그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이 모든 소송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번 발견의 핵심은 대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론스타가 인수 시점에서만 비금융주력자였던 것이 아니라 인수 이전부터 매각 이후까지 외환은행을 지배했던 전체 기간 동안 내내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점이고, 둘째로 론스타는 이런 사실을 감독당국에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론스타는 자격을 뿐만 아니라 이런 무자격 사실을 감독당국에게 감추었던 것이죠. 그럼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목을 내 놓고 선처를 호소해야죠.
◆ 소송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하나씩 차분히 살펴 보면 우선 ISD 소송에서는 매각 지연의 귀책 사유가 우리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론스타에게 있음이 명백해졌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2007년봄부터 비금융주력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감독당국은 이런 시민단체의 주장에 굴복해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해당 여부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하고 론스타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런 사실은 그 때 신문을 검색해 보면 다 나옵니다. 그런데 론스타가 이 때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어요. 늑장대응하고 무엇보다도 일본 골프장이나 호텔, 아수 엔터프라이즈 등을 제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태적 적격성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오랫동안 공표되지 않던 동태적 적격성 심사 결과가 모처럼 공개되었던 2011년 3월의 보도자료에도 론스타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신이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지연 매각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요.
범국본의 소송에는 결정적인 기여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에 범국본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원천 무효 뿐만 아니라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주주총회가 그 위법성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모두 무효 또는 부존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수 자체가 무효이면 그 이후의 법률행위도 모두 무효이지만 이번의 발견에 의해 전체 기간동안 인수자격이 없는 비금융주력자 였음이 밝혀지면 주총 무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의 주주대표소송도 기본적으로는 인수 무효의 법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만 전체 기간동안 내내 무자격자였다는 점은 재판부의 마음에 조금 더 평안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론스타측으로 볼 땐 교수님이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만 하다. 잊혀질 만 하면 론스타에겐 치명적인 산업자본 관계사들을 잘도 찾아내니 말이다. 현재 검찰수사는 어떻해 진행되고 있나.
검찰이 바빠져야 하는 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검찰은 지난 2006년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에서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완전히 놓쳤던 '원죄'가 있습니다. 그 후 수많은 고소 고발이 있었죠. 범국본이 김석동 현 금융위원장, 윤영각 삼정회계법인 대표 등을 고발했고, 참여연대와 민변이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을 고발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을 고발했죠. 죄목도 직무유기, 공무집행 방해, 배임 등 생각할 수 있는 많은 나쁜 짓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검찰은 법을 비틀지 말고 '최종' 수사 발표해야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사건도 중간수사발표하고 '얼음'인 상태입니다. 최근의 고발에 대해서는 '얼음'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면죄부를 발급해 주고 있어요. 은행법에 분명히 매 반년마다 은행의 대주주에 대해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 했어요. 이런 것 직무를 게을리 한 직무유기 아닌가요?
물론 검찰은 늦게 하기는 했지만 다 했다고 보아서 면죄부를 준 것인데 이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골프장 가지고 있던 기간에 이미 대주주 적격성이 상실되니까 그에 합당한 매각명령을 내렸어야 했는데 안 했죠. 또 골프장 매각했다고 론스타 말만 듣고 덜컥 비금융주력자에서 벗어났다고 결론 내렸죠. 그리고는 그 때 이미 문제가 된 솔라레 호텔 등은 조사도 안했어요. 즉 알고도 안한 것이지요. 이런 것 직무유기 아닌가요? 검찰은 법을 비틀기 위해 밤잠을 설칠 것이 아니라 있는 진실을 밝히고 있는 법을 상식대로 집행해야 합니다.
◆ 론스타의 국내외 관계사를 발견할 것은 모두 시민단체 들인데, 고발하면 모두 기각시킨다. 어제 참여연대와 민변이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권을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넘겨야 된다며 검찰의 수사태도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도 17대 의원시절 론스타 감사청구안 발의에 찬성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이 제 기능을 해야 합니다. 아수 엔터프라이즈의 2002년 이후 대차대조표는 검찰이 맘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뽑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론스타 위법은 한 눈에 다 보입니다. 중간에서 꼭두각시 노릇했던 모피아 들 작태도 한 눈에 다 보이고요. 법에 따라 그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나는 검찰의 수사 기능 독점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 두가지 모두 정치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론스타의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야
박근혜 당선인은 이 문제에서 드물게 보는 중립적 이해관계자입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MB정부에서 모두 야당 또는 사실상의 야당 정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검찰개혁도 공약했고요. 저는 당선인이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지난 일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ISD 소송에서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국회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론스타 문제를 가지고 몇몇 의원이 떠들기만 했지 제대로된 국정조사나 청문회 한번 변변히 해 보지 못했어요. 과거에 '문서검증' 한번 하고, 고발한 것이 다예요. 청문회, 국정조사 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검찰 수사를 강하게 촉구하고 검찰이 움직이지 않으면 특검을 해야 합니다.
◆ 교수님은 오늘 한 라디오 프로에서 론스타 사태는 우리가 포기할때만 끝난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식을 모두 인수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금융은 번듯한 금융그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론스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금융산업의 무법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주식소유에 대해 무효 논란이 있는 당사자와 거래하는 배짱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김석동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위원장 다 불러서 외환은행 노조와 사진 찍고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 약속을 뒤집는 무모함은 또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법적 쟁점을 여기서 거론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네요. 다만 그 자리에 참석했던 김석동 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은 본인들이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자릿값'을 할 때가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김석동 위원장은 2003년 7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고 하던 시절에 감독당국의 주무국장으로서 '도장값'을 언급했던 이력이 이미 있지 않습니까? 감독당국의 수장이면 수장답게 일을 처리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