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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기업 `환율 부담' 하청업체 떠넘기기 횡포 점검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대기업이 엔화 약세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횡포를 차단하기 위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는 엔화 약세로 생긴 자금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 납품업체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단가 후려치기 행위와 같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피해금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엔화 약세 지속으로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에, 1차 협력업체는 2·3차 협력업체에 환차손을 떠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과거에 대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비용 부담을 메우기 위해 협력업체의 부품단가를 낮추거나 결제수단을 원화에서 달러화로 바꾸는 등 횡포를 자주 부린 바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연구위원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대기업도 하도급 대금 부당 감액과 같은 소위 `단가 후려치기'를 쉽게 하진 못하겠지만, 엔화약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코스트리덕션(Cost Reduction·비용절감)을 핑계로 부품단가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엔화 약세의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는 동반성장ㆍ상생 기조에도 어긋난다"며 "금융당국도 현황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어 은행 등을 상대로 가능한 범위에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일 원·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2원이나 하락한 100엔당 1,171.36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