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회삿돈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 SK 회장이 판결에 불복, 5일 항소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당연한 판결이며, 오히려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재벌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 공식이 깨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비추어 볼 때 최소형량을 선고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양면성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판결에서도 나타났는데, 최태원 회장 판결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것이다"며 "횡령·배임죄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횡령·배임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기본 5~8년, 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7~11년, 감경사유가 있는 경우 4~7년으로 각각 형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사무국장도 "법원이 300억원 이상 횡령·배임죄에 대한 양형기준과 달리, 특별한 형량 감경 사유가 없는 상황임에도 검찰이 구형한 4년형을 수용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법원의 양형 기준은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적 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재벌 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앞으로도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국회가 해당 법을 시급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과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재벌 총수와 그 일가의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에게 각각 당론과 대선 공약의 형태로 반영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특경가법상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를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채택했다.
안진걸 사무국장은 "법원의 양형기준에 의한 형량 감경의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특경가법상 범죄의 최저 형량을 7년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해 이같은 취지의 특경가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국회 처리 일정만 잡으면 곧바로 법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