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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데 오히려 투자확대…수백억원 날린 이석채 KT 회장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석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몰'(SMRT Mall) 사업을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몰 사업은 지하철 5·6·7·8호선의 역사 및 전동차에 첨단 IT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열차운행 및 공익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상품광고·전시·판매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사업규모 2140억원대의 광고권 임대 사업이다. 지난 2010년 8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고발해 실제 검찰 기소와 재판이 진행 중인 음성직 도시철도공사 前 사장의 배임,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이 깊은 사업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 측은 이 사업이 회사에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KT 실무책임자들의 내부 기밀 보고서를 제보받아,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석채 KT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KT 측은 스마트몰 사업 계약이 이석채 회장 취임(2009년 1월) 이전인 2008년에 이뤄졌고, 이후 재투자도 계약 당시 연대보증 규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 회장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KT의 해명대로 이 사업은 이석채 회장 취임 직전인 2008년 10월경 KT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광고수익을 통해 10년에 걸쳐 공사금액을 회수하는 BTO(Build to Operation) 방식이었고, 연대보증 없이 사업을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도록 했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1월과 4월 KT는 음성직 사장을 초청해 분당에서 주요 임직원을 강당에 모아놓고 경영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이후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010년 3월 금융계약체결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또한 2010년 8월 참여연대에서 음성직 사장을 고발하고 9월에는 KT 관계자가 구속되는 상황에서, 이석채 회장은 사업진행 방향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하기는 커녕 11월 지배구조 개선을 지시해 KT의 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확대를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 후 KT 가치경영실은 'SMRT Mall 사업 지분출자 및 경영정상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사업 투자시 NPV(순현재가치)가 -165억원, 2011년 4월에는 -375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KT는 당초 5억원만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이후 60억원을 재투자하면서까지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실무자들 입장에서 계열사로의 편입은 재무구조가 좋은 회사면 모르나 그렇지 못한 경우 꺼릴 수밖에 없는데 CEO의 의지를 확인했기에 그대로 증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며 "내부의 직원들은 광고사업의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에 큰 우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석채 회장의 지배구조개선 시나리오 지시 등에 따라 무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초 연대보증 없이 사업위험을 최소화 하여 빠져 나올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CEO의 음성직 사장과의 친분 등에 영향을 받아 연대보증을 하는 방향으로 사업에 대한 위험성을 키웠다"며 "철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하도록 지시해 사업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고 지적했다.